AI 반도체 두고 올트먼-젠슨 황 설전…삼성전자·SK하이닉스, 기회 더 큰 곳 예의주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2.13 17:41

업계 “TSMC, 모든 고객 못 맞춰…국내 수주 가능성 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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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적층 기술 '엑스 큐브' 를 적용한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자체 인공 지능(AI) 반도체 생산망 구축에 역대 최대 규모인 9300조원 수준의 투자 유치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반도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의 구상이 현실화 될 경우 AI 반도체 시장 파이가 커짐과 동시에 대만 TSMC와 경쟁을 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게 모처럼의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생성형 AI인 챗GPT를 개발한 올트먼 CEO는 자체 AI 반도체 개발·생산에 5조∼7조달러(6600조∼9300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전체 매출액은 5270억달러로, 우리 돈으로 약 701조원에 달했다. 고도의 연산 작용을 요하는 분야가 늘어 반도체 수요가 커졌음을 감안해도 2030년이 돼야 매출액이 1조달러(약 1330조원)를 상회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관련 시장의 판도를 근간부터 뒤흔들만한 규모의 투자 유치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끌어모은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올트먼 CEO는 타흐눈 빈 자예드 아랍에미리트(UAE)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회동해 '오일 머니' 유치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글로벌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 측과도 접촉하고, 영국 반도체 설계사 ARM을 보유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등과도 협력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트먼 CEO는 한국 반도체 기업과도 만난 바 있다. 지난달 25∼26일에는 삼성전자 평택 공장 반도체 생산 라인을 둘러봤고,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을 필두로 한 삼성전자 반도체 경영진과 면담했다. 아울러 최태원 SK그룹 회장·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과도 자리해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오는 21일에는 팻 겔싱어 인텔 CEO가 개최하는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에도 참석 사업 논의를 할 예정이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올트먼 CEO는 수년 내 반도체 생산 공장 10여개를 건립해 TSMC에 운영 외주를 맡기는 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는 엔비디아의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 80%를 넘어서고 있는 시점에서 직접 'AI 반도체 동맹' 구축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다.




올트먼 CEO의 이 같은 행보에 국내 반도체 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를 중심으로 한 'AI 반도체 동맹'의 구성원이 된다면 '퀀텀 점프'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한편 그래픽처리장치(GPU) 글로벌 1위 업체 엔비디아 젠슨 황 CEO는 “컴퓨터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 필요한 컴퓨터의 양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며 “더욱 빠른 속도로 제조하는 반도체 산업 덕택에 AI에 투입할 비용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황 CEO는 “세계 각국이 고유 문화를 보호함과 동시에 AI의 경제적 잠재력을 이용하려거든 모든 나라가 각자만의 AI 인프라를 보유해야 한다"며 “다른 국가나 민간 기업이 자국 AI 인프라를 구축하도록 허용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황 CEO가 올트먼의 발언에 대해 견제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AI 반도체의 핵심은 고대역폭 메모리(HBM)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관련 시장 점유율은 90%를 상회한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2.4%에 불과해 57.9%를 차지한 TSMC와의 격차가 더욱 확대됐다.


업계 관계자는 “TSMC가 파운드리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모든 고객의 물량을 맞춰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오픈 AI의 거대한 물량을 수주하는 것이 마냥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평가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AI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커져 GPU도 덩달아 떠오르고 있다"며 “올트먼의 계획이 현실화 된다면 시장 자체가 커지는 만큼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박규빈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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