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담보로 돈 대는 PF구조, 시행사 위주로 바꿔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2.14 16:03

[기획] 건설업 옥죄는 PF 사태, 부실 대응이 위기 키운다(하)

금융당국, 만기연장 보수화 등 추진… 근본적 해결책 안돼

시행사 자기자본 늘리고 리츠 등 활용해 리스크 분산해야

부동산 건설현장.

▲시행사가 은행 돈으로 집을 지어 분양하는 부동산프로젝트(PF)의 부실 위기가 확산되자 재구조화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부동산 건설현장. 연합뉴스

최근 건설업체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심화되면서 국민들의 우려가 높다. 현재의 PF 조성 방식, 즉 사업 초기 단계부터 최대 95%까지 은행 돈을 빌려 아파트를 지은 후 분양 수익으로 갚고 나머지 부분을 수익으로 가져가는 기존의 구조는 부동산 시장 활황기에는 빠르고 원활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 등 외부 변수에 극히 취약하다. 최악의 경우 시행사, 시공사, 금융기관이 모두 망하는 구조다. 주택 공급과 건설산업은 물론 금융 부문의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현재 시공사의 담보 제공을 통한 자금 조달 방식의 PF 구조를 시행사 위주로 바꾸고 철저한 사업성 검토를 거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금융당국, PF재구조화 나섰으나 '땜질' 처방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내달 전국 3800여개 금융회사가 참여하는 'PF 대주단 협약' 개정 작업을 완료한다. 부실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의 브릿지론 대출 만기 연장 기준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먼저 현재 만기연장은 채권액 기준 3분의2(66.7%) 이상 동의로 결정된다. 개정안은 이를 4분의3(75%)으로 높이는 방안을 담은 내용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지난해 4월 대주단 협약을 재가동하는 과정에서 만기 연장요건이 완화된 것을 되돌린 방식이다.


또 미착공 브릿지론의 경우 만기 연장 가능 횟수도 제한하는 방식을 추가로 검토하고 있다. 3회 이상 만기 연장할 경우 조달금리 상승으로 인해 기존 사업구조상에서는 사업이 진행될 수 없다는 점이 고려됐다.




경·공매 결정은 쉬워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PF부실 정리 속도를 올리고자 전체 동의가 없어도 유의미한 소수가 원하면 경·공매로 넘길 수 있도록 대주단 협약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금융위원회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민간이 공동으로 출자한 1조원대 규모 'PF 정상화 펀드'가 경·공매로 나온 부실 사업장을 인수할 수 있도록 채권 취득 허용 방식을 확대한다. 기존에는 대주단과 가격협의를 통해 매입만 가능해서 펀드와 대주단간 가격을 보는 기준이 차이가 나 실적을 내지 못해서다.




다만 이처럼 금융당국이 발표한 PF사업장 재구조화는 '땜질식' 대책이라는 점에서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PF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결국 과도한 레버리지와 쉬운 책임전가이기 때문이다.


◇ PF사업, 리츠 활용으로 리스크 최소화


현재 부동산 개발 사업은 미래 불확실성이 큰 사업으로 금융공급 시 책임준공이나 연대보증 등의 다양한 형태로 시공사의 신용보강을 요구하고 있다. 본 PF 전 단계이자 토지에 대한 담보라고 할 수 있는 브릿지론은 대형증권사가 제공하는 토지담보대출의 LTV 평균 77.5%, 중소형 증권사는 평균 93.4% 수준으로 일부 개발사업에서는 거의 돈 한 푼 안 들이고 토지매입을 하기도 한다.


문제는 시행사의 자본력이 충분하지 않은 탓에 사업초기에 투입되는 토지매입비 및 초기사업비를 브릿지론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들은 건설 공사 수주 실적을 쌓으려고 보증을 서고, 금융기관들은 충분한 사업성 검토 없이 대형 건설사들의 보증력만 믿고 투자를 결정해 위험 분산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지난해 부도난 서울 영등포구 모 오피스텔 신축공사 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A시행사는 건물조차 올리지 못하고 브릿지론에서 부도를 냈고, 담보를 제공한 B건설사는 대주단의 만기연장 불가 통보를 받아 사업 자체가 무산됐다.


적은 비용으로 투자한 시행사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PF의 구조를 시행사의 자기 자본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일반화돼 있다. 자본력이 충분한 시행사가 땅을 사들이고 공사 착공 단계에서야 대출을 받는다. 선분양 때에도 수분양자들의 자금을 쓰지 않는다. 미국은 대주단이 선분양비율 50% 이상일 때 PF 자금조달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에선 PF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리츠를 제시하고 있다. 리츠를 활용하면 미분양 리스크를 축소할 수 있고 임대주택 공급이라는 공공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지혜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제도적 개선을 통해 시행사가 사업초기 자금을 다양한 투자자로부터 원활히 확보할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시행사의 자본요건을 강화해 부동산PF 부실로 인한 위험 전이를 축소시킬 필요가 있다"며 “다만 갑자기 시행사의 자기자본을 늘리면 정부가 추진하는 주택공급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준현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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