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대국 세계 4위로 추락했지만…25년만에 한국 역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2.15 12:23
일본

▲일본 신주쿠 거리(사진=AFP/연합)

일본이 기술적 경기침체에 빠지면서 55년 만에 세계 경제대국 4위로 추락했다. 경제성장률 측면에선 일본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앞질렀다.




블룸버그통신·CNBC 등에 따르면 15일 일본 내각부는 지난해 4분기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내수 부진으로 전년 대비 0.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블룸버그(1.1% 성장)와 로이터통신(1.4%)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를 대폭 하회한 수치다. 전분기 대비로는 4분기 GDP 성장률이 0.1% 감소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2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해 기술적 경기침체에 빠졌다. 3분기 GDP는 전년 대비, 전 분기 대비 각각 3.3%, 0.7% 하락했다.



일본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배경엔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가 위축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생활비 상승으로 민간소비는 전 분기 대비 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 예상치(+0.1%)를 하회했다. 임금상승률이 인플레이션을 못따라가면서 지난해 12월 가계지출은 전년 동월대비 2.5% 하락해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나갔고 기업 설비투자 또한 3분기 대비 0.1% 하락했다.


CNBC는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개월 연속 일본은행 목표치인 2%를 웃돌았다고 전했다.




노린추킨 리서치의 미나미 타케시 이코노미스트는 “끈끈한 인플레이션이 구매력을 떨어트려 소비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토추 연구소의 타케다 아츠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급등에 따른 영향은 예상보다 컸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일본 가계와 기업 모두 지출을 지속적으로 줄이자 지난해 일본 경제규모가 달러 기준으로 독일에 밀려 세계 4위로 추락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이날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명목 GDP가 591조4820억엔(약 5200조원)으로 발표됐다. 이를 달러로 환산하면 4조2106억 달러다.


지난달 15일 독일 연방통계청은 독일의 지난해 명목 GDP가 4조1211억 유로(약 5900조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달러로 환산할 경우 4조5000억달러로, 독일이 일본을 약 3000억 달러 앞지른 셈이다.


일본은 인구가 약 1억2500만명으로 8300만명인 독일보다 51%나 많은데도 달러를 기준으로 한 경제 규모는 오히려 작아진 것이다.


우크라이나전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독일에서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역대급 엔저(円低)로 달러로 환산한 일본의 명목 GDP가 감소한 것이 역전 원인으로 꼽힌다. GDP는 국가 내에서 생산된 물품과 서비스를 합한 수치로, 명목 GDP에는 물가 변동이 반영된다. 인플레이션을 제외한 독일의 지난해 실질 GDP 성장률은 -0.3%로 침체에 빠졌다.


다만 달러 대비 엔화 환율, 인플레이션 등을 제외하더라도 일본과 독일의 역전은 예견된 일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GDP가 지난해 독일에 밀린 데에는 엔화 약세와 독일의 물가 상승 영향이 크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독일 경제 성장률이 일본을 웃돌았다"며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바탕으로 2000∼2022년 실질 성장률을 단순히 추산하면 독일은 1.2%이지만 일본은 0.7%에 머물렀다"고 짚었다.


일본은 고도 성장기였던 1968년에 당시 경제 주요 지표였던 국민총생산(GNP)을 기준으로 했을 때 서독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2010년 급성장한 중국에 뒤져 3위가 됐고 지난해는 4위까지 떨어졌다. 2026년 무렵에는 세계 1위 인구 대국인 인도에도 추월당해 5위로 내려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지난해 일본의 실질 GDP 성장률은 1.9%로 집계됐다. 앞서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한국의 지난해 GDP 성장률은 1.4%로, 일본이 한국보다 0.5%포인트 높았다. 한국이 일본에 경제성장률에서 뒤진 것은 외환위기 때였던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이와 관련,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반도체 불황 같은 일회성이 아닌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도 드러나기 시작했다"며 “한국은행이 저출산·고령화와 생산성 및 경쟁력 저하로 잠재성장률이 오르지 않고 있다고 평가하는 등 한국도 저성장기에 들어갔다는 견해가 강해지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다만 올해는 한국이 다시 일본에 앞설 것으로 예상됐다. IMF은 지난달 내놓은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실질 GDP 성장률을 2.3%, 일본은 0.9%로 각각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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