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에너지경제연구원 주최 ‘제6회 대한민국 에너지시설 안전포럼’서 전문가 토론
AI 기술 활용해 에너지효율향상, 전력시스템 개선 등 에너지기술 관련 정책 제언
“AI 기술이 산업계와 에너지 분야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꼭 필요합니다. AI는 산업계 에너지효율 향상과 전력시스템 개선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은 에너지지경제신문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산업통상자원부 후원으로 주최한 '제6회 대한민국 에너지시설 안전포럼'에 참석, 패널토론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은 김종권 한국에너지공과대학 에너지AI 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토론에는 곽채식 한국가스안전공사 안전관리이사, 김진호 광주과학기술원 에너지융합대학원 교수, 김지효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수요관리 팀장이 참석했다.
토론에 앞서 장윤석 인이지 사업총괄이사가 'AI 기반 최적 에너지 예측/제어 시스템 개발 필요성', 송재주 전력연구원 디지털솔루션연구소장이 'AI를 활용한 에너지산업시설의 수요 효율화와 절약방안'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토론에서는 먼저 AI 기술이 에너지를 유연하게 사용하도록 활용돼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김진호 광주과학기술원 에너지융합대학원 교수는 “에너지효율적 소비라는 게 과거에는 소비를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한 정책의 목표였다. 현재도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이라 함은 단순히 총량을 줄이는 것 말고도 유연하게 에너지를 소비하는 측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래에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중심이 주력인 전원세대가 될 것"이라면서 “에너지의 생산이 과거와 같이 쉽게 통제되지 않아 경직성과 변동성에 맞춰 소비를 유연하게 해주는 것이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주제 발표에 대해 스마트 팩토리에 대한 AI 적용 기술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난 설에 1~2시간가량 전력도매가격(SMP)이 0원인 적이 있었다"며 “해외는 재생에너지가 충분히 도입된 이후 마이너스 가격이 출연하기 시작했는데 우리는 예상보다 훨씬 일찍 0원의 가격이 나타났다. 앞으로 에너지 산업에 주는 상당한 신호의 출발점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론적으로 발전기들은 이제 전력을 생산하고도 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한국전력(한전)은 이제 반대 상황에 따라서 재생에너지 출력을 제어하고 이런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에 전체 탄소중립 관점에서는 오히려 수요를 더 늘려서 전력을 사용하도록 하는 기술이 더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디지털솔루션 플랫폼이 한전이 추구해야 될 가장 중요한 사업 모델 중에 하나라고 본다"면서도 “플랫폼이 에너지 사용 효율화에 얼마나 기여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곽채식 가스안전공사 안전관리이사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안전성을 높이고 시간과 비용은 절약한 실제 사례들를 소개했다.
곽 이사는 “과거 인력 집약적였다면 이제는 원격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다. 가스안전공사는 5년 전부터 방식을 바꾸고 있다"며 “비대면 온라인 활성화와 기업 디지털 전환은 더 이상 선택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곽 이사는 “가스안전공사 지난 1974년에 생겼고 올해 50주년이다. 50년 동안 검사방식은 종이 서류 방식이었다. 서류를 장기 보관하면 글자가 사라지고 훼손돼 데이터가 손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종이는 긴급 재난이나 대형사고 발생하면 조회하기 힘들어 초동대응에 적시 활용이 불가능하다"며 “고객 입장에서도 서류를 직접 방문해 제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곽 이사는 “이같은 문제를 4~5년 전부터 개선하기 시작했고 가시적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빅데이터 기반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고 정확한 안전정보 자료제공을 위해 검사서류 디지털, 비대면 접수,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검사방식으로 전환했다"며 “현장 검사업무는 대상에 대해 정보조회 및 처리를 단말기로 현장처리해서 검사업무 효율성 향상 및 서류발급 간소화를 추진했다"고 사례를 들었다.
곽 이사는 “디지털화 효과를 따져보니 검사시간을 4만8400여시간, 600명의 인원 중 4%인 24명의 인원 절약 효과가 있었다"며 “국민들이 온라인으로 서류를 제출하면서 절약하는 시간은 총 3만5000시간으로 시간 절약에 대한 만족도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스 분야에서도 검사 점검을 원격으로 전환하려고 한다"며 “도시가스는 일년에 두 번 점검하게 돼 있다. 실시간으로 감시해서 문제가 있으면 바로 도시가스를 차단해 6개월마다 점검을 365일 관리감독으로 바꾸면 안전효과를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를 활용한 전력시스템을 개선하는 과제가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지효 에너지경제연구원 팀장은 “2015년 전후로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면서 이런 논의가 있었지만 사그라들었다가 다시금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어 반갑다. 세계적으로 AI가 에너지 시스템에서 온실가스 감축하는 방안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며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넷제로(Net-Zero) 에너지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AI를 언급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AI 머신러닝을 통해 전력 시스템을 유연하게 만들 수 있고 탄소중립과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할 경우 기술적 가치가 130억달러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며 “지난해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도 AI를 활용해 그리드에서 배출된 탄소를 감축하는 방안이 중요하게 논의됐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현재 우리나라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AI를 활용해 에너지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과 변동성 재생에너지의 급속한 확대로 전력계통 등 에너지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창 논의가 되고 있는 계통안정화와 섹터커플링에 AI를 적극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번째는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다. 산업현장에서는 사실 아직 적극적인 AI 활용보다는 노후시설 교체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기업들은 공정의 에너지 효율 투자에 회수기간이 3년 이상이 되면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아울러 시스템 구축을 위해 내부 정보제공도 많이 해야 하는데다 운영 최적화라는 개념도 모호할 수 있어 투자 대비 성과를 확신하기 어려워 기술적용이 필요함에도 현장에서 적용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장애요인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중소벤처기업부의 스마트공장보급 확산, 산업부의 에너지 효율 향상 지원 등 정부의 지원책을 유기적으로 활용해 시설의 개체를 넘어 도전적인 기술들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다만 AI가 워낙 에너지 집약적이다 보니 소모되는 에너지를 어떻게 충당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AI를 통해 최적화할 경우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소재에 대한 문제도 있다"며 “각종 정보보안, 지적재산권, 거버넌스 등 제도적 정비도 이제 시작 단계다. 제도적인 논의와 현장 도입의 장애요인 해소를 위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