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고함을 치며 항의한 인사가 끌려나가는 사건이 16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학위 수여식에서 또다시 발생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카이스트 졸업생인 신민기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은 2024년 학위 수여식장에서 윤 대통령 축사 중에 고성을 질렀다.
신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과학 강국으로의 퀀텀 점프를 위해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하자 “생색내지 말고 R&D(연구·개발) 예산을 복원하십시오"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대변인은 이어 'R&D 예산 복구하라, 부자 감세 철회하라'는 구호도 외쳤다.
올해 정부 예산에서 과학기술 분야 R&D 예산이 대폭 삭감된 데 대한 항의 메시지로 보인다.
학위 수여식 현장에 있던 사복 경호원들은 신 대변인 입을 막고, 팔과 다리를 들어 졸업식장 밖으로 끌고 나갔다. 이후 신 대변인은 경찰에 인계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달 18일 윤 대통령이 참석한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대통령경호처 경호 요원들에 의해 퇴장당한 이후 두 번째다. 특히 녹색정의당과 진보당은 과거 통합진보당에서 함께 했으나, 내부 갈등으로 분열한 역사가 있다.
이날 소란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대변인실 명의 입장문에서 “윤 대통령이 오늘 오후 참석한 카이스트 학위 수여식에서 소란이 있었다"며 “대통령경호처는 경호 구역 내에서의 경호 안전 확보 및 행사장 질서 확립을 위해 소란 행위자를 분리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법과 규정, 경호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신 대변인이 의도적으로 경호 검색을 피해 천으로 된 정치 슬로건을 숨겨 현장에 들어왔고, 경호처의 구두 경고에도 불응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이날 소동을 한목소리로 비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소셜미디어인 엑스(X·옛 트위터)에 퇴장 장면 영상을 공유하며 “대통령은 사과하십시오"라고 적었다.
서용주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뒷문으로 끌어 내쳐진 졸업생은 R&D(연구·개발) 예산 복원을 요구했다"며 “윤 대통령은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입틀막' 대통령인가"라고 말했다.
당사자가 속한 녹색정의당 김준우 상임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현장에 있던 사복 경호원들은 어떤 물리적 행동도 하지 않은 신 대변인을 무단 감금하고 경찰에 넘겼다"며 “시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마저 폭력 연행으로 대응하는 대통령실 행태는 민주주의 퇴행의 한 장면"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김민정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학생마저 폭압적으로 끌어낸 대통령, 좌시하지 않겠다"며 “윤석열 정권을 단죄하라는 거대한 목소리에 녹색정의당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홍희진 진보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자당 강성희 의원 사례를 언급하며 “윤 대통령은 자신에게 반대 의견을 가진 모든 국민을 끌어내 버려도 되는 사람으로 취급한다"며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권의 끝이 머지않아 보인다"고 경고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행사를 방해하는 행위마저 비호한다"고 비판했다.
정희용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이 이때다 싶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입틀막' 대통령이라며 무분별한 비난과 정치공세를 펼치고 있다. 공당으로 최소한의 품격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받아쳤다.
정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 의도적인 소란을 일으킨 행위자는 카이스트 졸업생 자격으로 행사에 참석했던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으로 밝혀졌다"면서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한순간에 소란의 장으로 뒤바뀐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호 안전 확보와 행사장 질서 확립을 위해 소란 행위자에 대한 분리 조치가 이뤄진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김민수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 소란을 유도하는 정치적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며 “정당한 의사표시와 선동적이고 고의적인 행사 방해 행위는 명백히 구분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는 한 개인이나 한 단체의 정치적 이익을 구현하는 정치 선동의 장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