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대 공공 공사 안 하겠다는 건설사들…무슨 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2.18 12:36

서울시, 지난 16일 남산곤돌라 입찰, 2차례 무산 후 3차 공고
건설사들 ‘417억 공사비’ 타산 안 맞아 참여 꺼려
치솟는 공사비 급등, 주택이어 공공부문에도 영향
기술형입찰 지속 유찰…‘공사비 현실화’ 요구 나와

남산 곤돌라 사업 조감도. 서울시

▲남산 곤돌라 사업 조감도. 서울시

최근 물가 인상, 자잿값·인건비 급등으로 공사비가 올라가면서 주택 건설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 여파가 공공 부문에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400억원대 서울시의 남산 곤돌라 사업이 '낮은 공사비'에 발목을 잡혀 시공업체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연속 유찰…사업 지연 불가피

18일 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이달 초 두 번 실시된 남산 곤돌라 시공 사업 입찰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아 지난 16일 세 번째 입찰 공고를 냈다. 남산 곤돌라 사업은 명동역에서 200m 떨어진 예장공원(하부 승강장)에서 남산 정상부(상부 승강장)까지 총 804m를 케이블카로 운행하는 사업이다. 시는 민간업체의 남산케이블카 독점 운영에 따른 특혜 논란 해소, 관광객 증가에 따른 신규 운송 수단 확보 차원에서 2015년 남산 곤돌라 사업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환경 파괴 및 한양도성 등 역사 문화 유산 훼손, 인근 학교 학습권 침해 등 반대 여론에 따라 무산됐었다.


시는 오 시장 취임 후 이 사업을 재검토, 사업성이 충분하고 2021년부터 남산 정상부 관광버스 진입이 금지되면서 새로운 이동 수단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신규 추진을 확정했다. 2025년 11월 완공이 목표다.



문제는 총 공사비가 약 417억원으로 적게 편성돼 있다는 점이다. 이에 지난해 12월 4일, 지난달 23일 각각 실시된 1, 2차 입찰 결과 아무도 신청을 하지 않았다. 공공 건설 공사는 발주처의 신용도가 매우 높고 안정적인데다 시공 능력 인정 등 긍정적인 면이 커 다소 이윤이 박하더라도 참여하는 건설업체들이 많았던 그동안의 현실에 비하면 이례적인 불참 사태였다.


이에 건설업계에선 최근의 공사비 급등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보고 있다. 케이블카 전문 시공업체 한 관계자는 “남산 곤돌라 사업에 몇몇 중견기업들이 관심을 두고 있다가 공사비가 너무 부족해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400억원이라는 공사비는 남는 게 없고 자칫 크게 손해 보는 구조이기에 공사비가 박하면 들어가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참여를 검토했던 30위권 내 중견건설사 관계자도 “내부 사업성 분석 결과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해 입찰에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병선 대한건설협회 서울시회 건설정책실장은 “기본적으로 청사 등 건축공사는 사업비 견적만 보면 들어갈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는데 케이블카 공사는 수시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추정가격을 보수적으로 따져보다 보면 유찰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가 사업에 대한 내용 변경 없이 세 번째로 낸 입찰공고도 유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럴수록 사업은 지연되고 시가 목표한 기한 내 완공에도 차질을 빚을 수가 있다. 어렵게 끌고 온 사업이 공사비 현실화를 인지하지 못해 미흡한 사업계획이라는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공사는 예산이 변경되려면 시간이 지연되고 이에 따른 기한 내 준공은 쉽지 않아 사업이 예정했던 때보다 더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남산 곤돌라 조감도(2). 서울시

▲남산 곤돌라 조감도(2). 서울시

◇ 기술형입찰 지속 유찰…공사비 현실화 방안 이뤄져야

시가 각종 공사 입찰에서 적용해 온 설계-시공 일괄 입찰 형식, 즉 기술형 입찰 방식인 턴키(turn-key) 입찰 자체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는 남산 곤돌라 사업에 턴키 입찰 중 일괄입찰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일괄입찰 방식은 난이도가 높은 공사나 창의성이 요구되는 공사, 또 공기단축이 필요한 공사 등 주로 대형 국책사업이나 지자체 핵심사업 등에 적용된다. 그러나 이 경우 책정된 공사비가 부족해 유찰되는 경우가 잦다. 시는 2022년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재차 추진한 광화문 일대와 강남역 일대, 도림천 일대를 중심으로 한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건설공사'을 일괄입찰 방식으로 실시했지만 유찰됐다. 또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2공구 건설공사(건축 및 시스템)도 같은 이유로 시공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이같은 기술형입찰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적정 사업비 산정체계를 마련하고, 국가 및 지방계약법상에 공사비를 적정하게 산정할 수 있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장기계속공사 총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추가비용 지급근거를 마련하고,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요건을 완화할 수 있어야 건설사들이 손해를 두려워 해 입찰에 참가하지 않는 사례를 막을 수 있다.


건설업계에선 이번 남산 곤돌라 사업의 연쇄 유찰을 막고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려면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 연구위원은 “공공공사의 공사비가 민간공사에 비해 박하더라도 어느 정도 적정 수준만 유지되면 통상적으론 별 문제가 없었다"며 “다만 물가 등의 급격한 변동으로 공사비를 책정하는 시점과 입찰, 공사를 수행하는 시점에서 소요되는 공사비 간에 차이가 발생해 유찰이 발생하면 결국에는 공사비를 증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도 이를 검토하고 있다. 시 도시기반시설본부 토목부 관계자는 “최근에 업계와 간담회를 열었고 다행히 참여하겠다는 기업이 많아 이번에는 기대를 하고 있다"며 “시는 공사비를 적정하게 책정했지만 이후 지속 유찰이 발생할 경우 공사비를 증액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준현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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