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서민의 주거사다리 ‘전세’, 대대적으로 손 봐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2.19 14:51

[기획]전세가 없어져야 집이 산다 (3)
전세사기 특별법, 임시방편 그쳐
“대대적 수술, 전면적 개편 필요”

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정부가 다양한 전세사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 논란에 빠졌다.

▲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정부가 다양한 전세사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 논란에 빠졌다.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에너지경제신문 이현주 기자

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정부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일각에선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전세제도의 긍정적인 역할도 있는 만큼, 세입자-집 주인간 정보불균형 해소, 보증금 안정성 강화, 임대차 3법 개정 등 제도적 보완책을 통해 대대적인 수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전세사기 대책 '임시 방편'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22년 이후 전세사기 피해가 심화되자 대책 마련에 나서 지난해 6월 전세사기 특별법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 피해주택 경공매 시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이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양도할 경우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등 간접적인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급박한 상황을 고려한 임시방편의 성격이 강해 사각지대가 많다. 피해자 요건 인정이 까다롭다. 특별법상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으려면 △주택인도와 전입신고를 마치고 확정일자를 갖춘 경우이거나 △보증금 3억원 이하(최대 5억원 이하) △'다수 임차인'의 피해 △임대인이 보증금 미반환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등 4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에 따라 피해자 단체들은 사각지대가 많은 만큼 정부의 현금 직접 지원과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선구제 후회수'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전세사기특별법은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빠진 반쪽짜리 법안에 불과하고, 보증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수많은 피해자들은 지금도 고통받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약속했던 특별법 보완입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공매 재개, 전세대출 만기가 다가오고 있어 피해자들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정부가 내놓은 안심전세앱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안심전세앱은 임차인이 보증금 사고 위험이 많은 집주인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보증사고 이력 △체납 이력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가입 금지 여부 등 집주인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집주인 동의를 얻어야 관련 정보를 조회할 수 있어 한계가 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전세사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정보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라며 “임차인이 임대인의 정보를 계약하기 전에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자료들 만들어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제도적 보완책 필요


정부는 지난해부터 에스크로(Escrow·안심거래)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비판이 거세다. 이 제도는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제3의 기관(신탁사나 보증기관 등)에 입금해 이들 기관이 보증금 일부를 예치하고 나머지를 집주인에게 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집주인 재산권 우려가 높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금이 2년 동안 묶이고 이자만을 수령할 수 있다면 활용도가 크게 줄어든다"며 “기존의 전세보증보험을 이용하는 임차인에게 추가로 필요한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 제도가 갑작스럽게 폐지될 경우 월세 급등의 우려가 있고, 서민들의 내집마련 사다리라는 긍정적 역할도 해온 만큼 대대적인 수술을 통한 전면적 개편을 제안하고 있다. 또 2020년 제·개정된 임대차 3법의 세밀한 보완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주거 서비스를 공급하고, 무엇보다 전세보증금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연구위원은 “전세보증금이 내리거나 오를 경우에도 같은 주택에 계속 거주한다면 집주인과의 협의를 통해 목돈을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매월 적정 금액을 교환하는 방식이 기존 전세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며 “대출규제(DSR 차주규제 등)를 완화해 임대인이 전세금 반환을 목적으로 할 때 일부 추가대출을 허용해주는 방식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현주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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