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9회 연속 동결…“물가 불확실성” 강조
금통위원 1명 “3개월 내 금리인하 열어둬야”
이창용 “6개월 내 인하 쉽지 않을 것”
전문가들 “7월부터 인하 시작”…연내 3차례↓ 전망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상반기 기준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란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물가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5월에 금리인하 신호를 보낸 후 7월부터 본격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이르면 5월에 첫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 “물가 불확실" 금리 동결 속 “3개월 내 인하" 의견 나와
한국은행은 22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묶었다. 지난해 2월 이후 9회 연속 동결이다. 이날 결정은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한은은 물가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률이 둔화 추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전망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고 주요국 통화정책과 환율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국제유가 변동, 가계부채 추이 등 대내외 리스크 요인의 전개양상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는 만큼 기준금리를 현재의 긴축적인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번 금통위는 황건일 금융통화위원이 참석한 7인 체제로 이뤄졌다. 이 총재에 따르면 자신을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5명은 향후 3개월 후에도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나머지 1명은 기준금리를 3.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 1월에는 금통위원 참석인원(5명) 전원이 3개월 내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었는데, 이달에는 금리인하 의견이 나온 것이다.
이 총재는 “먼저 5명은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2% 목표보다 높은 수준이고, 앞으로 물가가 우리 전망대로 둔화할 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아직은 금리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점을 금리 유지 배경으로 들었다"고 했다. 이어 “나머지 1명은 소비가 당초 전망보다 부진해 물가 압력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내수 부진에 대해서도 사전적으로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조기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했다.
향후 6개월 후 금리 전망에 대해서는 “2월 경제 전망이 지난해 11월 전망과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거의 변화가 없다"며 “개인적으로는 상반기 내에 금리인하를 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의견을 유지한다"고 했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 금통위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결정, 물가 안정, 경기 예측 등을 봐야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금리를 인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올해 하반기 들어서야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총재는 금통위원들은 금리인하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 물가 수준이 목표 수준보다 상당히 높고, 물가가 우리 전망대로 내려갈 지 좀 더 살펴봐야 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탄탄하게 움직이지 않고 굉장히 울퉁불퉁한 길을 내려오고 있어 우리가 예상하는 대로 물가가 내려가는 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게 대부분 금통위원들의 생각"이라고 했다.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 예상 시점이 기존 3월에서 6월로 늦춰지고 있는 가운데, 한은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릴 수 있을 지 묻는 질문에는 “미국과 한국의 금리 격차가 기계적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재작년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굉장히 빨랐고, 물가도 함께 올라가서 미국 금리를 따라가야 하는 입장이었다"면서도 “미국이 피봇(정책 전환)을 언제 할 지는 모르겠지만, 각국이 자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어떤 기준이냐 등에 따라 차별화된 통화정책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지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 전문가들 “2월 금통위 비둘기파적…7월부터 본격 인하"
이번 금통위 이후 다수의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들어서는 7월부터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 기자회견의 스탠스는 1월 대비 도비시(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5월 금통위에서 금리인하 첫 소수의견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7~8월 중 한은의 첫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민간소비 관련 지표들의 결과가 중요한데, 한은의 예상보다 내수 부진 강도가 심화될 경우 물가 하락 전망도 강화될 수 있다"며 “5월 수정경제전망에서 한은의 성장, 물가 경로 하향 시 7월 금리인하 기대가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영향으로 내수 부진이 나타나고 있으며, 향후 미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한은 또한 하반기부터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며 “연내 3차례 금리를 낮춰 연말 기준금리를 연 2.75% 수준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르면 5월에 금리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두 달 동안 연준의 정책 전망에 대한 시장 기대가 극단에서 극단으로 이동했다"며 “결국 연준의 정책 선회 신호가 한은의 정책 전환 시점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6월 연준의 첫 금리인하를 전망하고 있는데, 한은이 6월 (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가 없는 상황에서 5월에 금리를 동결하면 7월까지 대기를 해야 한다"며 “2분기 근원물가 상승률이 2.5%를 하회하는 상황에서 만장일치는 아니더라도 5월에 첫 금리인하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