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누구를 위한 ‘단통법 폐지’인가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2.22 11:02
윤소진 산업부 기자.

▲윤소진 산업부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유통법·단통법)이 1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정부는 이동통신 시장 경쟁 촉진을 위해 단통법 폐지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강조하지만 정작 업계나 소비자 반응은 시큰둥하다.




단통법은 첫 시행 때 취지가 무색할 만큼 그간 '유명무실'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른바 휴대폰 성지는 전국 곳곳에서 성행해왔고, 정보 불균형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차별은 여전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단통법 시행 이후 소비자들이 유통 대리점 간 가격비교를 할 수 없게 되면서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성지 정보와 암호 가득한 시세표를 입수한 소수의 소비자들만 더 큰 혜택을 보는 형국이었다.



문제는 단통법이 사라진다고 해도 단말기 구매 가격이 큰 폭으로 줄어들진 미지수라는 점이다. 이미 10년 전 이동통신 3사가 점유율 확보를 위해 대대적인 보조금 경쟁에 나선 것과 달리 포화 상태인 현 시장 환경에선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경쟁에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통법 폐지는 정부가 그간 통신과점 해소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알뜰폰 활성화 정책과도 대척점에 있다. 정부 요구로 이동통신 요금제는 더 저렴해지고 세분화하는 가운데 유통대리점의 추가 지원금까지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고사 위기에 처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전날 방송통신위원회는 단통법 폐지 전 시행령 개정부터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전면 폐지에 상당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우선 시행령 개정을 통해 빠르게 지원금 경쟁을 벌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정보 불균형으로 인한 역차별 해소 방안은 아직 전무하다. 혼란한 틈을 타 '공짜폰', '갤럭시 대란' 등 자극적인 단어를 담은 허위광고도 쏟아지는 모양새다. 일부 정치권에선 단통법 폐지가 '총선용 포플리즘'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과거 호갱 없애자고 만든 단통법이 또 다른 호갱을 양산한 것처럼 빠른 법 폐지에 집중하기보단 소비자와 시장 보호를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휴대폰 성지 시세표 중 일부

▲서울 영등포구 소재 한 휴대폰 성지의 시세표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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