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30년’ 탈출시킨 日 기업 밸류업…한국 코스피도 최고치 돌파할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2.23 12:05
일본 닛케이

▲22일 일본 닛케이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만9000선을 넘어섰다(사진=EPA/연합)

일본 증시가 34년만에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운 배경엔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오자 이와 비슷한 움직임에 나서는 한국에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 정부는 오는 26일 저평가 해소 대책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사항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업이 스스로 기업가치를 개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인센티브 방안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공개된 방안은 ▲ 상장사의 주요 투자지표(PBR·ROE 등)를 시가총액·업종별로 비교공시 ▲ 상장사들에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 권고 ▲ 기업가치 개선 우수기업 등으로 구성된 지수 개발 및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이 있다. 정부는 대책 발표 시 세제 지원 방안과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된 상법 개정에 대한 방향도 함께 밝히겠다는 구상이다.



저평가 해소를 위한 일본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만큼 이참에 한국 정부도 일본을 '롤 모델'로 삼아 수십 년간 한국증시를 짓누르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뿌리 뽑겠다는 계획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지난달 1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처음 거론됐다.


앞서 도교증권거래소는 지난해 3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인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자본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방침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를 공개하도록 요구했다. 이후 지난해 말 기준 프라임시장 상장사의 40%가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구체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공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5월 일본 상장기업이 수립한 자사주 매입 규모는 3조2596억엔(약 30조2500억원)으로 종전 최대 기록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증시의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지난 22일 사상 처음으로 3만9000선을 돌파, '거품 경제' 붕괴 후 34년여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작년에만 28% 급등한 닛케이지수는 올 들어 17% 더 올랐는데 이 같은 상승엔 일본의 기업개혁이 핵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로이터통신은 22일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를 계기로 증시 체질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한국 코스피 지수는 2022년 5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오른 상황이며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11조3000억원, 10조2000억원어치 한국 주식을 사들였다. 특히 이달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 규모는 6조7000억원에 이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본과 달리 한국의 경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에도 증시가 힘을 쓰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럴 애널리스트들은 “좀 더 큰 확신을 갖고 한국이 재평가될 가능성이 올랐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도 “현 단계에선 밸류업 프로그램이 기업들에게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확실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가 2012년 아베노믹스의 시작으로 주주친화 등을 골자로 한 증시 부양 노력을 10년 넘게 이어온 것과 달리 한국 정부의 이번 대책은 급조됐다는 분석이다.


또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에 따른 증시 상승세가 4월 총선 이후에도 지속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 주부터 나올 차익실현에 대비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에 따라 한국 증시가 상승하기 위해선 프로그램 발표 이후 확실한 후속조치가 이어져야 한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기업 변화를 단순히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후속조치가 없을 경우 코스피는 차익실현 등으로 박스권 내 하락 횡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키움증권의 한지영 애널리스트는 “정부는 잘 그려진 청사진을 가졌으니 기업개혁이 실제 이뤄질 수 있도록 당근과 채찍을 꺼내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 개혁의 주요 장애물로는 높은 상속세와 재벌 중심 기업 지배구조 등이 거론됐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한국 증시가 저평가됐다는 의견에는 대체적으로 동의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한국 증시가 일본보다 더 큰 상승폭을 보일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