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서방’ 득실대는 건설 현장…미래가 안 보인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2.25 10:14

[기획] 건설현장에 숙련공이 없다(상)

숙련공 부족·외국인 통제불가·젊은인력 기피…총체적 난국

정부는 기능인등급제 및 적정임금제 통해 젊은인재 유인 중

도입 효과 위해 기능공 역할 부여 확대해서 전망 보여줘야

건설현장.

▲서울 GTX 방음시설 철골 해체 작업 현장.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 만성인력 부족…건설현장이 병들고 있다

“40~50대 숙련공은 부족하고, 중국인이나 외국인들은 통제가 힘들다. 젊은 인재는 갈수록 없어지고 늘 인력 수급이 골칫거리다."(전문건설 금속구조물공사업체 대표 A씨)




지난 23일 서울 종로 GTX 공사 현장에서 A씨의 하소연이다. 그는 영세 건설사를 운영하는 건설사 대표이자 소규모 건설현장의 현장 협력소장도 겸하는 15년 숙련 건설기능인이다. 가드레일, 방음벽, 방호 울타리, 휀스 시공 및 철거 등 금속구조물공사업을 전문으로 하면서 전국 다양한 건축 및 토목공사 현장을 누빈다.


베테랑인 A씨에겐 '말이 잘 통하는' 전문 인력을 구하는게 가장 큰 고민이다. 갈수록 현장에 국내인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젊은 일꾼은 구하기가 힘들다. 반면 외국인 노동자는 통제하기 쉽지 않다. 특히 중국인 등 외국인들로 구성된 노동자들과 일할 때 언어 소통이나 문화가 달라 어려움이 많다. 무엇보다 작업 능률이 크게 떨어진다. 예컨대 철골 구조물을 결속하는 작업을 할 때 느슨하게 결속하는 경우가 많아 제대로 했는지 두 번씩 확인하게 만든다. 지난해 아파트 건축현장에서 자주 언론에 보도됐던 용변 처리 미흡 문제가 실제로 부지기수 일어나고 있다. 현장 미장기능공은 건축현장에 중국 인력이 남기고 간 흔적을 본인들이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많아 골치가 아프다.



국내 대형건설사 B사 관계자는 “현장에서 한국인들이 사라진 지 오래다. 전문기술을 가지지 않은 단순 노무직들은 중국인은 물론 동남아, 중앙아시아에서 튀르키예, 심지어 러시아나 동유럽에서 온 사람들이 다 차지하고 있다"면서 “안전 관련 간판에 최소 3~4개국어로 써야 하고 통역 직원도 따로 구해야 하는 등 관리 측면에서도 애로가 많다"고 말했다.


국내 젊은 인력이 소수 있긴 있지만 까다롭다. 일을 조금만 배우면 높은 단가를 받기 위해 팀을 만들어 전문 기술 공정을 따내려하는데, 오히려 실제 기술은 초보 수준이어서 망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A씨는 “요즘 MZ세대라는 유튜버들이 동영상으로 설파하는 기술들 중에는 잘못 전달된 것들도 많다"며 “지금까지 십 수 년 건설현장에 있어 왔지만 갈수록 현장에 미래가 안 보인다"고 말했다.



◇ 젊은인력 유인책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해야

건설기능인력의 고령화 및 숙련인력 부족 현상은 이미 만성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이달 발표한 지난달 기준 '건설기성 및 건설기능인력 동향' 자료에 따르면 현재 건설기능인력 40대 이상 비중은 81.0%로 모든 산업 40대 이상 취업자의 66.9% 비해 14.1%포인트(p) 높아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2년간 60대 이상(18.9%p)과 50대(16.5%p) 비중은 증가한 반면, 40대(-16.0%p), 30대(-15.7%p), 20대 이하(-3.7%p) 비중이 감소했다. 지난 2021년부터 60대 이상의 비중이 40대를 추월하고 있다. 이러자 건설 현장은 외국인들로 채워지고 있다. 2023년 내국인 근로자 공급은 수요에 비해 약 25만명이 적었다. 이는 불법 체류 외국인근로자로 메워진다. 지난해 10월 기준 건설현장에는 약 33만명의 외국인력이 일하고 있는데 이중 합법 체류는 약 15만명인 반면 불법근로는 18만명이나 된다.


국내 건설업의 지속가능성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선 젊은 인력의 유입이 시급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설문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청년들은 건설산업은 일이 위험할 것 같고, 근로시간이 길 것 같으며, 임금이 낮을 것 같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적정임금제'와 '기능인등급제' 등 도입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적정임금제는 발주처가 정한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주도록 하는 일종의 '최저임금제'다. 기능인등급제는 건설기능인의 경력관리를 지원하기 위해 초급·중급·고급·특급 등 4단계로 구분하는 제도다. 그러나 현실 적용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적정임금제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계류돼 진전이 없고, 기능인등급제는 의무사항이 아니며 등급에 대한 신뢰도가 부족하다.


심규범 건설고용컨설팅 대표는 “적정임금제는 저가수주로 인한 불법 재하도급을 막을 수 있고 무엇보다 젊은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다"며 “이후 시공능력평가 반영 등 기능공 고용을 장려하는 정책을 실시하면 기능인등급제가 자연스럽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준현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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