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4’ 속 무한 경쟁…K-파운드리, 인텔·TSMC 컨소시엄에 흔들리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2.26 14:49

인텔-MS, 150억달러 규모 칩 제조 계약 체결

TSMC, 구마모토 공장서 웨이퍼 5.5만장 생산

삼성전자, 엔비디아 첨단 AI 제품 TSMC 내줘

“주요국 R&D 정책, 반도체 내재화와 연계 돼”

ㅁㄴㅇ

▲삼성전자 DS사업부 공장 내부. 사진=삼성전자 제공

미국 주도 아래 한국과 일본, 대만이 반도체 동맹체 '칩4'를 결성한지 1년 남짓한 시간이 지난 가운데 각국 기업들이 연일 파운드리 합종연횡을 선언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대만 TSMC와의 밀월 관계를 형성해 나가고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거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 15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칩 제조 계약을 체결했다. MS가 자체 설계한 반도체를 인텔이 자체 파운드리 공장에서 제조하는 방식으로, 1.8나노미터급 공정을 활용해 올해 말 시장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인텔은 올해 안으로 2나노와 1.8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도입하고, 2027년에는 초미세 1.4나노 공정에서 칩을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인텔은 1.8나노 공정 4개 고객사를 확보했다고 밝힌 만큼 이들의 물량을 양산할 예정이다.



이는 왕년의 반도체 왕좌를 되찾겠다는 인텔의 선전포고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칩4에 속한 TSMC와 삼성전자는 각각 파운드리 업계 1·2위지만 내년 중 2나노급 공정에서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에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 됐다는 평가다. 고대역폭 메모리(HBM)·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PIM(Processing-In-Memory)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성능을 단숨에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되는 1.4나노 공정을 적용한 양산 계획 시점은 2027년으로 TSMC·삼성전자와 같다.


시장 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의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위는 57.9%를 차지한 TSMC이고 2위 삼성전자(12.4%), 3위 글로벌파운드리(6.2%), 4위 UMC(6%), 5위 SMIC(5.4%) 순이다. 펫 겔싱어 인텔 CEO는 본업에서 거둔 이익 대부분을 파운드리에 집중 투자해 2030년까지 파운드리 업계 2위로 올라선다는 포부를 내비치기도 했다.




칩4 중 특히 대만은 일본과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다. TSMC는 일본 정부가 1조2020억엔(약 10조원)을 지원함에 따라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 제1공장을 지었다. 21만㎡ 규모의 양배추밭에 5년 가량 걸릴 공장 건립 공사를 22개월만에 마쳐 일본 열도는 “일본 반도체 르네상스의 시작"이라며 들뜬 분위기다. 반도체 제조 공정상 필수 공간인 클린 룸만 해도 4만5000㎡로, 프로 야구 경기장 '도쿄 돔'에 필적한다.


이곳 운영은 TSMC의 자회사 '일본첨단반도체제조(JASM)'가 담당한다. JASM 주요 주주는 △TSMC(86.5%) △소니그룹(6%) △덴소(5.5%) △토요타 2% 등으로 구성돼 있고 1700명이 근무한다. 연내 제조 시설 도입과 설치가 끝나면 제1공장은 4분기부터 가동에 돌입하고, 직원들은 연간 12~28나노 공정의 300㎜ 웨이퍼 5만5000여장을 생산할 예정이다.




TSMC는 AI용 그래픽 처리 장치(GPU) 분야에서 '글로벌 맛집'으로 통한다. 생성형 AI 기술이 적용된 거대 언어 모델(LLM)에 쓰이는 엔비디아의 H100 외에도 경쟁사 AMD의 MI300도 TSMC가 만들어낸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TSMC의 제2공장 건설도 지원하겠다고 밝혀 칩4 내 반도체 경쟁 열기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한편 삼성전자 디바이스 솔루션(DS) 사업부는 엔비디아 GPU 물량 일부를 생산하고 있지만 첨단 AI 제품은 사실상 TSMC에 내준 상태다. 이에 삼성전자는 영국 반도체 설계 자산(IP) 기업 Arm과 손잡고 3나노 파운드리 기술 경쟁력 제고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SK그룹은 SK키파운드리를 통해 8인치 웨이퍼 기반의 성숙 공정 파운드리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모회사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첨단 공정을 요하는 파운드리 사업 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이처럼 첨단 산업 경쟁에선 정책 지원이 필수적이어서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경기도 등은 첨단 산업 단지 조성에 합의했다.


업계는 TSMC와 같이 첨단·레거시 파운드리 사업을 모두 해낼 수 있도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국가 차원의 종합 지원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정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원은 “주요국 반도체 R&D 정책은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 인력 양성 등의 공통점이 있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반도체 공급망 내재화와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