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엔화(사진=로이터/연합)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최근 사상 처음으로 3만9000선을 돌파한 가운데 일본 주식투자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 전망이 엇갈리자 환헤지(환율 위험 분산)의 필요성에 대한 상반된 의견이 나오고 있어서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의 에릭 미요트 글로벌 주식 전략 총괄은 올해 일본 증시는 물론 엔화 가치 또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환헤지를 안 할 경우 수익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전망은 일본 증시에 많은 자금을 쏟아붓는 해외 투자자들이 환헤지라는 중요한 결정에 직면한 상황 속에서 제기됐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달러 등을 엔화로 환전해 일본 주식을 매입한 이후 엔화 통화가치가 더 떨어질 경우 환차손이 발생해 투자 수익률이 감소할 수 있다. 이에 엔화 매도 포지션을 통해 환율 리스크에 대비하는 전략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27일 한국시간 오후 1시 36분 기준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0.41엔을 기록, 올 들어 6% 넘게 올랐다. 그러나 미요트 총괄은 앞으로 엔화 환율이 달러당 135엔까지 하락(엔화 강세)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일본에 투자할 때 환헤징을 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현재 엔화가 약 40% 저평가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미요트 총괄은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폐지하는 것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엔화 강세론에 더 크게 작용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은행이 4월에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나고 연준이 5월이나 6월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아문디뿐만 아니라 모건스탠리, 로베코 등도 환헤지에 나서지 않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조슈아 크랩 로베코 아시아태평양 주식 총괄은 “우린 이제 대부분의 환헤징을 제거한 상황"이라며 엔화 환율은 150엔대에 고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예상치에 따르면 올연말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37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BNP파리바 등 일부는 엔화의 추가 약세를 예상하고 있어 환헤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BNP파리바의 웨이 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우리는 일본 주식을 선호한다"며 “엔화 환율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주식 포지션에 대해 환헤지를 택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블룸버그도 엔화와 일본 주식간 강한 역(逆)의 상관계수를 감안하면 엔화 약세론자들 사이에선 환헤징이 여전히 매력적인 수단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3개월 동안 환헤지하는 비용은 마이너스(-) 5.6%로 집계됐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급락하지 않는 한, 엔화 약세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수익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엔화 환율이 앞으로 더 오를 것이란 관측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측정하는 글로벌 금융 스트레스는 지난 주 4년래 최저치를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수익을 내는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커졌다는 의미인데 이 과정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가 더욱 주목을 받았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 통화를 조달해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기법이다.
SMBC 니코 증권의 노지 마코토 최고 환율 전략가는 “글로벌 증시에서 엔화로 조달된 자금으로 베팅이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실질금리는 오랜 기간 동안 마이너스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들의 주간 엔화 순매도 포지션은 2022년 중순 이후 최대 규모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