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이재명은 연산군…의사결정에 반하는 인물 모두 쳐내”
이상헌 “민주적 절차·민심 저버렸다…무소속으로 출마할 것”
홍영표 탈당 시사 “뒤에 즐길 것…10명까지도 탈당할 수 있어”
이재명 “경기하다 질 것 같으니 안하겠다는 것 옳지 않아”
친명계 변재일·안민석 사실상 컷오프…곽상언 종로 단수공천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 공천을 두고 '사천'(사심공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 당내 현역 의원들의 줄탈당이 현실화하고 있다.
전날 비이재명(비명)계 박영순 의원에 이어 5선 중진인 설훈 의원도 탈당한 것이다. 비명계 현역 의원들의 탈당이 가속화하면서 사실상 '심리적 분당' 상태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설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이 아닌 이재명을, 민생이 아닌 개인의 방탄만을 생각하는 민주당에 저는 더이상 남아 있을 수 없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이제 민주당은 민주적 공당(公黨)이 아니라 이 대표의 지배를 받는 전체주의적 사당(私黨)으로 변모됐다"며 “이 대표는 연산군처럼 모든 의사결정을 자신과 측근과만 결정하고, 의사결정에 반하는 인물들을 모두 쳐내며, 이재명 대표에게 아부하는 사람들만 곁에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대표에게 정치는, 그리고 민주당은 자기 자신의 방탄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며 “윤석열 정권에 고통받은 국민은 눈에 보이지 않고, 그저 자신이 교도소를 어떻게 해야 가지 않을까만 생각하며 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설 의원은 현재 이낙연 대표 중심인 새로운미래 입당과 무소속 출마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부천시을 지역위원들과 모두 함께 의견을 나눴다. 그 쪽에서는 무소속이 좋겠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역의원들의 집단 탈당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차례로 탈당하든 다른 방식으로 민주당에 변화 요구하는 형태가 있을 것"이라며 “당장 몇 명이라 말하기 보단 차근차근 지켜봐달라"고 답했다.
이상헌 의원도 당이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 북구 총선 후보를 진모당 윤종오 후보로 단일화기로 하면서 사실상 공천 배제되자 이에 반발해 이날 탈당했다. 이 의원은 무소속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의원은 “진보당 윤 후보에게 주민의 정당한 선택을 받을 절차인 경선을 제의했지만, 결국 윤 후보는 진보당 중앙당을 핑계로 답변을 회피했다"며 “진보 진영의 승리를 위한 단일화를 주장하지만, 민주적 절차와 민심을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최근 민주당에서는 비명계 현역 의원 및 원외 인사들이 공천 심사 결과에 반발하며 줄줄이 탈당하거나 탈당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국회부의장인 4선 김영주 의원과 초선 이수진 의원이 탈당한 데 이어, 27일에는 박영순 의원이 탈당 선언 후 새로운미래에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 공천에 반발해 탈당한 현역 의원만 현재 5명으로 늘었다.
4선 홍영표 의원도 이날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홍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대표는) 나가는 걸 오히려 뒤에서 즐기고 있을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5명에서 한 10명까지도 탈당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관위의 정상적인 절차가 결정되면 거기에 따르겠다"며 “예를 들어 아무 이유도 없이 전략공관위로 보낸다면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홍 의원의 선거구가 전략 지역구로 선정, 사실상 컷오프되면서 그의 탈당이 가시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컷오프된 결과에 반발하며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촉구했다. 전날 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안규백)가 이 지역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한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임 전 실장은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당 지도부에 정중하고 간곡하게 요청한다. 중·성동 갑에 대한 전략공관위원회의 추천 의결을 재고해달라"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관심을 끈 거취 문제에 대해 “최종 거취는 최고위원회의 답을 들은 후에 다시 말씀드리겠다"고만 했다.
앞서 임 전 실장의 컷오프 발표 직후 고민정 의원도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서울 홍제동에서 직장인 정책간담회는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최근 당내 공천 갈등에 탈당자가 속출하는 것에 대해 “입당도 자유고 탈당도 자유"라며 “경기하다가 질 것 같으니까 경기 안 하겠다, 이런 건 별로 그렇게 국민들 보시기에 아름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규칙이 불리하다고, 경기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해서 중도에 포기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게 마치 경기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경쟁의 과정에서 국민, 당원이 선택하는 걸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서울 종로에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를 단수공천했다고 발표했다. 경기 구리는 현역 윤호중 의원과 김포을 현역인 박상혁 의원이 단수 공천됐다.
현역 의원인 기동민(서울 성북을)·변재일(충북 청주청원)·안민석(경기 오)·이장섭(충북 청주서원)·홍영표(인천 부평을) 등 5명의 지역구가 전략 지역구로 선정됐다. 현재 비례대표 권인숙 의원이 도전장을 낸 경기 용인갑도 전략 지역구에 포함됐다. 전략 지역구에선 전략공천 또는 전략경선을 할 수 있다. 전략 지역구 6곳 중 친명계로 분류된 변재일· 안민석 의원 지역구의 경우 전략공천 대상으로 지정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공천 배제됐다. 나머지 전략경선 지역의 경우도 출마자가 대부분 친문계로 분류된 인사들이어서 경선을 거치더라도 본선에 오르기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