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이 우크라이나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관측이 대체적인 가운데, 서방과 우크라이나가 돌파구 마련에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영토 탈환을 위한 대반격 작전에 실패한 뒤 최전선인 동부에서 전략 요충지를 하나씩 잃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서방의 군사 지원 차질 때문에 그간 굳건한 요새로 삼아온 전략 요충지 아우디이우카를 러시아군에 내줬다.
지원 차질 주 원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장악한 공화당이 지원안에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급박하게 '발로 뛰는' 외교를 이어가고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서 열린 '우크라이나-남동부 유럽 정상회의' 개회사에서 “탄약 공급 문제가 전장 상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전쟁 이후 처음으로 발칸반도를 찾아 문을 두드렸다.
발칸반도 국가들 중 알바니아, 북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지만, 반도 내 최대 군사 강국인 세르비아는 러시아의 오랜 우방으로 대러시아 제재를 거부해왔다.
친러시아 국가가 낀 정상회의에서까지 러시아에 맞설 무기 지원을 호소할 만큼 우크라이나 사정이 다급해진 셈이다.
러시아 위협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유럽에서도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예상보다 지체되는 데다 전황마저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그간 '레드라인'으로 여기던 대책까지 공론화하고 있다.
앞서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가 나토 및 유럽연합(EU) 일부 국가가 우크라이나 파병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불거진 '직접 파병설'이 대표적이다.
특히 '파병설'은 유럽 중추국 일원인 프랑스가 가능성을 일부 열어두면서 무게 급격히 실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6일 파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원 국제회의 뒤 회견에서 관련 주장에 “어떤 것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후 러시아·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라트비아 역시 이날 나토 동맹국 간 합의를 전제로 우크라이나 파병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물론 미국이나 독일, 영국 등 여타 주요국들은 이런 주장을 명확하게 일축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우크라이나 지원 부담을 오롯이 유럽이 감당해야 한다는 우려는 다각도에서 관측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유럽의회 본회의 연설에서 “이제는 러시아 동결자산의 초과 이익금을 우크라이나를 위한 군사장비 공동구매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대화를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앞서 EU는 러시아 동결자산에서 발생한 이자, 배당금 등 수익금을 민간 분야 재건에 활용하자는 안엔 어렵사리 합의했다.
역내 예치된 제3국 자산이나 파생 수익을 사실상 '임의로' 활용하는 것이 거의 전례가 없고 법적으로도 쉽지 않다는 반론 때문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러시아 돈으로 우크라이나 무기를 사겠다는 구상까지 언급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EU는 또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여력이 한계에 이르자 '메이드 인 유럽'이라는 원칙도 결국 꺾는 분위기다.
EU는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기금인 유럽평화기금(EPF) 사용처와 관련, 유럽 바깥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용 탄약을 구매해도 기금 지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당초 프랑스를 필두로 다수 국가가 EU 기금을 역외 탄약 구매에 사용하는 데 반대했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 약속한 탄약 100만발 전달이 크게 지연되면서 역외 구매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는 기조가 확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으로서는 늦어도 미국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는 내년 1월까지는 교착된 전황에 눈에 띄는 변화가 절실하다.
반대로 러시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점령지를 그대로 장악한 채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보고 장기전을 반기는 모습도 역력하다.
이렇게 러시아가 승전하면 주권국 영토 강탈이 정당성을 얻어 기존 세계질서가 바뀌고 특히 유럽이 안보 지형이 급변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