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총선 스케줄과 겹치게 일정을 잡은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 처리가 별다른 파장 없이 묻히는 모양새다.
해당 법안은 당초 '공정'을 화두로 내세웠던 윤석열 대통령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으나, 야권이 각종 악재 속 단일대오를 형성치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개발사업 '50억 클럽' 뇌물 의혹을 각각 수사할 특별검사 도입 법안인 이른바 '쌍특검법'은 오후 본회의에서 부결되며 최종 폐기됐다.
무기명 투표 결과 '김건희 특검법'은 재석 의원 281명 가운데 찬성 171명, 반대 109명, 무효 1명으로 부결됐다. '대장동 50억 특검법'은 281명 중 찬성 177명, 반대 104명으로 부결됐다.
이에 야당 강행 처리 뒤 윤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는 5차례, 국회로 돌아와 폐기된 법안은 8개로 늘었다.
쌍특검법은 지난해 12월 28일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이 지난 달 5일 거부권을 행사해 다시 국회로 돌아왔다.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재표결 시점을 저울질하면서 윤 대통령 재의요구 뒤 55일 만에야 재표결이 이뤄진 것이다. 이는 앞서 재표결에 부쳐진 6개 법안이 재의결까지 최장 14일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유례없이 길다.
다만 이렇게 공들인 일정도 기대했던 것만큼의 파장을 낳지는 못한 모습이다.
민주당은 당장 국민의힘 뿐 아니라 야권의 단일한 목소리를 낳는 데도 실패했다.
개혁신당의 이원욱·조응천·양향자·양정숙 의원, 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관석·이수진(동작)·박영순 의원 등 13명은 이번 표결에 불참했다.
이날 특검법 처리 일정이 선거구 획정과 연계해 협상한 결과라는 점도 관심을 더욱 분산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등 거대 양당은 이날 협상을 통해 비례대표 의석 1석을 줄이고 전라북도 의석 1석을 유지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비례대표제 강화를 위해 주장한 준연동형 제도, 비례의석 확대와 정면으로 반하는 '모순적'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에 녹색정의당과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등 군소정당들이 앞다퉈 반발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합의에서는 특정 시·군 주민이 다른 시·군 국회의원을 뽑는 기형적인 선거구까지 나타났다. 경기도 양주시에서는 남면과 은현면이 인근 동두천·연천 선거구에 포함됐고, 전북 군산 대야면·회현면은 김제·부안 선거구로 묶였다.
민주당 '사법 리스크' 관련 소식이 연일 이어지는 점도 김건희 특검법을 통한 윤 대통령 '도덕성' 공격에 힘을 빼고 있다.
이날 민주당 허종식 의원과 임종성 전 의원은 '전당대회 돈봉투'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성만 의원에 이어 두 번째로 돈봉투 수수 의심 의원이 재판장으로 향하게 된 것이다.
한편, 이날 부결로 총선 국면에서 김 여사 이슈를 지운 국민의힘은 국면을 '민생 경쟁'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본회의 후 “다시는 선거에 이용하려고 하는 이런 악법들을 갖고 여야가 국민들을 피로하게 하고 정쟁을 주고받는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22대 국회 때는 각별히 여야가 서로 문제 의식을 갖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본회의가 당분간 없으니 그야말로 총선 민심을 우리가 더 얻기 위해 국민께 더 다가가고 민생 현장과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행보를 본격적으로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김 여사 이슈를 끝까지 살려간다는 입장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또 다른 특검법을 준비하겠다. 김 여사와 관련해 최근 명품백이나 양평 고속도로 등 논란이 많다"면서 “추가된 범죄 혐의와 관련된 부분으로 특검법을 재구성해 발의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