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새끼’ 공공지원 민간임대, ‘백조’ 되려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3.03 12:25

분양가·월세 급등에 전세 기피 현상 겹치며 주택시장 '혼돈'

전세 대안으로 지목된 공공지원 민간임대 아파트 인기 '시들'

전문가 “가격 낮추고 입지·질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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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 공공지원 민간임대 아파트인 서울 구로구 고척동 '고척아이파크'. HDC현대산업개발

최근 아파트를 짓는 기본 원자재인 시멘트, 철근 등의 가격이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면서 분양가 상승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전세사기 여파로 인한 월세 급등까지 더해지면서 부동산시장이 풍파를 겪고 있는 가운데 최대 10년까지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공공지원 민간임대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일부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저조한 인기 및 분양 전환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단점으로 지적되며 공공지원 민간임대 아파트가 현재 주택시장의 해결책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 각종 악재 겹친 주택시장


3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아파트 3.3㎡(평)당 평균 분양 가격은 1987만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월 분양가격(1718만원) 대비 약 15.66%(269만원) 증가했다.



여기에 고금리 및 전세사기 여파로 전세 기피 현상이 심해지면서 서울 소재 연립·다세대 주택(빌라) 전세 거래 중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거래 비중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 정보 업체 스테이션3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소재 빌라 전세 거래 중 전세가율이 80% 이상 거래 비중은 2022년 1분기 70%에서 2023년 4분기 28%로 급감했다.


전세 기피 현상 심화로 수요자들이 월세로 몰리며 월세 가격 또한 오르는 모양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를 금액별로 살펴본 결과, 100만원 초과 거래의 비율은 34.5%로 전년(31.7%)에 비해 2.8%포인트(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월세 가구 셋 중 하나 이상이 매달 월세로 100만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대안으로 주목받는 공공지원 민간임대 아파트


이처럼 주택시장에 각종 악재가 겹치고 있는 가운데 전세사기 걱정 없이 안정적 거주가 가능한 공공지원 민간임대 아파트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국민의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정부 지원을 받아 민간에서 공급하는 주택으로 안전성이 높다. 또 주변 시세 대비 싼(85~95%) 가격에 장기간 거주가 가능해 무주택자들에게 구입 때까지 자금을 저축하면서 안정적인 주거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임대보증금을 보증하는 만큼 임대보증금 반환에 대한 걱정도 없으며, 2년 주기로 최대 5% 이내로 상승되는 임대료가 10년 동안 동결되며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각종 부동산 세금의 납부 부담도 없다.


문제는 공공지원 민간임대 아파트가 생각보다 높은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1인 가구가 살기엔 비싼 편이고, 가족을 이룬 젊은 세대가 살기엔 비좁다. 아이를 키우기엔 학교나 공원, 유통시설 등 입지 조건이 좋지 않은 곳들도 많다. 의무 임대 기간 후 분양 전환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도 단점이다.


일례로 서울 은평뉴타운 '디에트르더퍼스트'는 2022년 5월부터 입주자 모집 공고를 냈지만 여전히 입주자를 모집하고 있다. 디에트르 더 퍼스트의 경우 한시적으로 임차인에게 분양전환 우선권을 제공한다고 밝혔음에도 마감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일부 입지 좋은 단지들은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인천 서구 '검단한신더휴어반파크'는 검단 신도시 입지 및 인천지하철 1호선 연장 등 호재로 완판에 성공했다. 국내 최대 규모 공공지원 민간임대 아파트인 서울 구로구 고척동 '고척아이파크'도 모두 입주를 끝냈다.


전문가들은 공공지원 민간임대 아파트가 주택시장의 '백조'가 되기 위해서는 입지와 질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을 내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현재 정부는 공공지원 민간임대 아파트 공급 물량에만 집중하고 있다 보니 입지가 좋지 않은 곳들이 많다"며 “입지는 흥행에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만약 강남에 공공지원 민간임대 아파트를 공급한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라. 입지만 좋다면 나머지는 문제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입지와 더불어 분양 전환 여부 또한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수요자들이 크게 선호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다니엘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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