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경제, 출발부터 ‘적신호’…설비투자·건설수주 큰 폭 줄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3.04 15:11

1월 설비투자 5.6% 줄고 건설수주 금융위기 후 최대 폭 53.6% 감소

全산업 생산·소매판매 소폭 늘었으나 반도체 8.6% 등 제조업 생산↓

“정부 각종 대규모 개발계획·규제완화 조치에도 당장 효과는 미지수”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우리 경제가 새해 출발부터 적신호를 나타냈다.




중장기 내수경기를 뒷받침하는 설비투자와 건설수주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제조업 생산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감소했다.



수출이 최근 호조를 보이고 있고 전체산업 생산과 소매판매가 소폭 늘어났지만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생산 및 소비 진작에 악영향을 미치는 고물가·고금리 현상도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고물가·고금리는 경제 활성화를 막고 서민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설비투자는 5.6%나 감소했다.




건설 경기를 예고해주는 건설수주(경상)는 53.6% 줄었다. 금융위기의 후유증이 나타난 지난 2010년 10월(58.9%) 이후 13년 3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주택 등 건축(-47.7%)과 기계설치 등 토목(-60.0%)에서 모두 줄었다.


제조업 생산도 1.4%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생산이 8.6% 줄었다. 작년 10월(-10.5%) 이후 석 달 만에 감소했다.


다만 전(全)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0.4% 늘었다. 작년 11월 0.3% 증가로 반등한 이후 12월(0.4%)과 올해 1월(0.4%)까지 석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재화 소비의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0.8% 늘어 두달 연속 증가했다.



경제 위협 '고물가·고금리'도 '복병'…서민 주머니 사정 쪼그라들어

작년 소득 1%대 오를 때 먹거리물가 6%대 올라…먹거리에 '부담'


정부는 소비와 건설지표 개선이 긍정적이라면서도 일시적 요인이 깔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경기 회복이 수출 중심으로 진행되고 내수 회복은 미약하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2월 수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4.8% 증가하며 작년 10월 이후 5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4개월 연속 성장세다. 2월 반도체 수출은 99억달러를 기록해 작년보다 66.7% 증가했다.


한국경제평론가협회장인 신세돈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는 “한국경제의 최대 문제는 투자와 소비에 따른 내수 부진에 있다"며 “투자는 결과를 통해 이미 안 좋은 게 눈으로 확인이 됐고 소비의 경우도 소득이 늘어야 소비가 늘어나는데 소비도 좋아질 수 없어 경제 침체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4.10 총선을 앞두고 내수 활성화를 위한 메가톤급 조치들을 내놓고 있으나 투자 감소에 따른 심상치 않은 흐름을 돌릴 수 있는 효과를 당장 거둘지는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정부는 최근 각종 규제완화(군사보호지역·그린벨트 대폭 해제, 재개발개건축 완화 등)와 대규모 개발계획(GTX 확대, 신공항 건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 )을 발표했다.


우리 경제가 내수 부진에서 쉽사리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로 투자 감소 등 뿐만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장기 고물가·금리 현상의 먹구름이 좀처럼 걷힐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전체 가구가 이자·세금을 내고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가처분 소득은 1.8% 증가에 그쳤지만 먹거리 물가는 6% 넘게 올라 소득 대비 먹거리 부담이 꽤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작년 국내 전체 가구 처분가능소득(가처분소득)은 월평균 395만9000원(1∼4분기 평균)으로 전년보다 1.8% 늘었다. 전체 소득은 전년 대비 2.8% 늘었지만 고금리 지속 등으로 이자와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쓸 수 있는 돈은 명목 소득보다 줄었다는 것이다.


실제 소득 증가율은 게걸음 수준이었지만 금리와 물가는 토끼뜀 수준을 나타냈다. 먹거리 물가 상승률은 6.%였다. 고물가·고금리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쪼그라들면서 생활은 더욱 움츠러들고 팍팍해졌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작년 가계 이자 비용 27.1%↑ '역대 최대' …대출 이자에 '휘청'

수출은 5개월 연속 플러스 '나홀로 호조'…무역수지 9개월 연속 흑자


작년 고금리 상황 지속으로 가계가 대출 이자를 갚기 위해 지출하는 '이자 비용'이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이날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와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작년 1인 이상 가구의 명목 지출 중 월평균 이자 비용은 13만원으로 1년 새 무려 31.7% 급등했다. 지난 2022년 이자비용은 9만9000원이었다.


이는 통계청이 1인 이상 가구에 대한 가계동향 조사를 시행한 지난 2006년 이래 가장 높은 증가 폭이다. 같은 기간 소비 지출 증가 폭(5.8%)과 비교해도 5배 이상 높다.


물가 영향을 배제한 실질 이자 비용 역시 지난 2022년 9만2000원에서 11만7000원으로 27.1% 증가했다. 이 역시 지난 2006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 폭의 증가다.


가계가 짊어진 빚의 규모를 의미하는 가계신용은 작년 12월 말 기준 1886조4000억원(잠정)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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