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토지임대부 활성화 내놨지만 공급물량 자체 없어
올해 SH만 300가구 정도 공급할 듯
LH, GH 등 공공·지자체들은 ‘제각각’
정부가 최근 일명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토지임대부 주택의 개인간 매매(10년 거주 후)를 허용하기로 하면서 무주택 서민에 대한 안정적 주거 서비스 공급의 대안이 될 수 있을 지 관심이 높다. 그러나 정작 정부나 지자체들이 토지임대부 주택 신규 물량 공급은 외면하고 있어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주도적 추진 중인 SH마저 분양계획 '안갯속'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토지임대부 주택에 대해 의무거주 5년 후 전매제한기간 10년이 지나면 개인끼리 매매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공공이 토지를 소유하고 건물만 일반에 분양하는 공공분양 주택이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크게 싸서 '반값 아파트'로 불리기도 하지만, 건물만 분양하기에 '반쪽짜리 아파트'로도 불린다. 토지 임대료를 따로 내야 해 '월세'와 다를 바 없다는 불만도 있다. 어쨌든 주택 구입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어 무주택·실수요 서민들의 관심이 높다.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들이 '말로만'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 활성화에 나서겠다고 하면서 정작 신규 물량 공급에는 매우 인색하다는 점이다.
그나마 가장 적극적인 곳이 서울주택도시공사(SH)다. 올해 서초구 성뒤마을(300가구), 성동구 옛 성동구치소 부지(320가구) 등 총 620가구의 공공 물량을 공급할 계획인데, 이중 서초 성뒤마을 물량을 토지임대부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 성뒤마을은 방배동 565-2번지 일대로 강남 판자촌 마을로 서울지하철 4호선 사당역 인근에 위치해 있다. 방배동 재건축과 재개발이 대대적으로 이뤄지는 지역으로 강남권의 배후지에 위치해 있어 매우 입지가 좋은 편이다.
다만 아직 인허가 절차가 남아 있어 구체적 분양 일정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12월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사전청약 신청을 받을 것으로 계획됐던 것이 인허가 절차가 끝나지 않아 올해로 연기된 '작년' 물량이다.
SH관계자는 “아직 올해 공급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태이고 사업계획인가 승인이 나면 이달에 발표할 예정"이라며 “아직 (토지임대부 주택 물량이) 얼마나 나올지 모르지만 (경영진의) 의지가 강한 만큼 최대한 많은 물량을 공급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 LH·GH는 토지임대부 공급 의지 없어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은 윤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SH가 공급한 1623가구(고덕강일 1090가구, 마곡 533가구 등) 외에는 단 한 건도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윤 정부의 공공주택 브랜드인 '뉴:홈'을 통한 '나눔형·선택형·일반형' 분양에 집중하고 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토지임대부 주택 대신 '지분적립형 주택'이라는 공공 분양 방식을 추진 중이다. 초기 주택구입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주택 대금의 10~25%를 먼저 지불하고 잔금을 20년~30년간 나눠서 천천히 상환하는 방식이다.
시민단체들은 무주택 서민들의 안정적 주거 서비스 공급을 위해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 물량의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경기도에 순차적으로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 공약을 이행하라는 공개질의를 보냈다. 경실련 관계자는 “아직 답변이 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 중이고 답변이 모두 오면 취합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를 향한 비판 여론도 일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 활성화에 나서겠다며 관련 법·시행령 개정까지 나섰지만 신규 물량 공급 확대는 외면한 채 '생색내기'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함영진 우리은행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장대우는 “택지가격, 원자재가격 인상, 인건비 상승 등으로 분양가 부담이 과거보다 높아진 상황"이라며 “수분양자의 주거비 부담을 낮춰 '내 집 마련'의 진입문턱을 낮추고 택지 고갈 속 공공주택 활용 부지를 확대한다는 면에서 토지임대부 주택유형의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번 개인간 매매 필요성은 충분히 있어 보이지만 물량이 너무 없다 보니 활성화에는 한계는 있다"며 “정부가 공공분양 활성화에 대한 더 강한 의지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