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보험금 지급능력수준 높아져
신한라이프·메리츠화재 약진
IFRS17 시행 후 시장금리 상승
CSM 집중한 영향 커
보험사들이 지난해 연간 실적 발표를 마무리하며 보험금 지급능력수준도 뚜렷하게 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업권에서 신한라이프가 높은 수치를 기록한 가운데 메리츠화재는 업계 내 가장 높은 증가폭을 보였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다수 보험사의 신지급여력비율(K-ICS, 킥스)이 전년 대비 일제히 개선됐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 때에 지급할 수 있는지 여력을 보여주는 건전성 지표다. 보험사가 손실을 감당할 정도로 충분한 자기자금을 보유하고 있는지 대비능력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보험업법상 100% 이상을,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생명보험사에서는 신한라이프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신한라이프 킥스비율은 전년 대비 41.3% 상승해 2022년 말 207.17%에서 지난해 말 248.2%로 뛰었다. 삼성생명의 킥스비율은 지난해 말 225%(최대추정치)로 직전해인 2022년말 210% 대비 15%P 상승했다. 한화생명은 177%에서 183%로 상승해 6%P 올랐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192.0%를 기록했다.
손보사에서는 메리츠화재의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메리츠화재는 2022년 165.7%에서 지난해 240.6%로 74.9%P 성장했다. 삼성화재는 252.9%에서271.9%로 19%P 올랐다. DB손해보험은 210.1%에서 231.1%로 21%P 증가했다. KB손해보험은 188.3%에서 216.1%로 27.8% 성장했다. 킥스비율이 역성장한 곳은 현대해상으로 174.6%에서 173.2%로 소폭(1.4%P) 줄었다.
보험사 전반의 킥스비율 상승은 시장금리 상승으로 인해 보험부채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새 회계기준(IFRS17)적용으로 인해 금리상승 시 할인율이 높아지면서 보험부채의 시장가치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 금리 상승이 보험부채 감소로 이어지면 기타포괄손익누계액 증가로 가용자본이 늘어나는 원리다. 과거에는 보험부채를 원가로 평가해 금리 인상 시 킥스비율이 하락했다.
킥스 개선은 IFRS17 시행 후 보험사들이 계약서비스마진(CSM)을 성장시킨 점과도 관련이 깊다. CSM은 가용자금 확대로 연결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리츠화재의 기말CSM 잔액은 10조4690억원을 기록해 연간 성장률은 8.6%를 기록했다. 13조3030억원과 12조1520억원을 각각 기록한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다음 수치를 나타냈다.
킥스 상승폭이 크지 않았던 한화생명을 살펴보면 CSM이 역성장했다. 한화생명의 기말 CSM잔액은 9조2380억원으로 전년보다 5.4%(5250억원) 감소했다. 금융당국의 권고로 실손·무해지·사업비 등의 계리적 가정 조정이 들어가며 조정액과 보험손익으로 상각한 금액이 영향을 미쳤다. 계리적 가정 등을 통한 CSM조정액은 2조5310억원으로 2조5410억원에 달하는 신계약 CSM 규모에 맞먹는 수준이었다.
킥스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CSM 경쟁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가장 높은 CSM 잔액을 기록한 회사는 삼성화재였다. 기말 CSM잔액은 13조3030억원으로 연초 대비 1조1590억원(9.5%) 증가했다. 메리츠화재와 현대해상의 경우 보장성보험 신계약 CSM 규모가 각각 1조6000억원, 1조6440억원을 기록해 CSM 확대에 힘을 보탰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CSM이 킥스비율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업계가 신계약 CSM 확대를 통한 가용자본 확대로 킥스 비율을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대부분 안정적인 수준이지만 CSM 경쟁 등으로 인해 상향평준화를 예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