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파트너스 자사주 절반 소각은 궁여지책… 2년 내 전량 소각해야
회사 측 자사주 소각 발표로 사측 유리한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 커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이 기존에 보유중인 자사주 절반을 소각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면서 금융투자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졌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차파트너스) 박철완 전 금호석화 상무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은 뒤 미소각 자사주에 대한 전량 소각을 요구중인 만큼, 오는 22일 열릴 주주총회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호석화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 소각과 함께 소각을 목적으로 하는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금호석화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의 50%에 해당하는 9.2%(보통주 약 262만4000주, 약 3790억원 규모)를 오는 2026년까지 3년간 분할 소각하고 이 중 87만5000주는 이달 20일 소각한다. 또 별도 당기순이익의 16.5%에 해당하는 5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소각 목적으로 6개월간 취득할 예정이다.
앞서 박 전 상무는 차파트너스에 주주제안권을 위임한 바 있으며 차파트너스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경호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감사위원으로 제안하고, 보유중인 자사주를 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전량 소각하는 안건을 주주제안 했다.
차파트너스 측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보고서에 “회사 주가는 올해 1월 말 기준 지난 3년간 고점 대비 약 60% 하락했고, 총 주주수익률(TSR)은 해외 동종 업계 및 국내 선도 화학기업대비 최하위 수준"이라며 “장기간 보유해온 발행주식수의 18.4%에 달하는 자사주가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처분 또는 매각될 수 있다는 우려는 회사의 저평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금호석화 측 자사주 소각 방침으로 차파트너스의 자사주 완전 소각 계획은 다소 힘이 빠진 것으로 해석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전량이 아닌 절반이고 소각 기간이 3년이라는 점에서 다소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나온다"면서도 “하지만 사측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행동에 나선 만큼, 올해 주주총회에서 사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호석화 측의 이같은 결정에 차파트너스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비로소 20년 이상 장기간 보유한 자사주의 50%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며 “회사의 이번 결정은 과거에 비해 전향적이지만, 실제로는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 캠페인에 대응하기 위한 궁여지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호석화가 발행주식 총수의 9%가 넘는 나머지 50%의 자사주를 남겨두는 결정을 한 것은 우호적인 제3자에 대한 처분을 위한 것"이라며 “총수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나머지 자사주가 제3자에게 처분 또는 매각될 수 있다는 시장과 주주들의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자사주 소각의 전량이냐 절반이냐를 두고 사측과 박 전 상무측간의 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증권업계는 이번 자사주 소각 이벤트 자체를 긍정적인 이슈로 평가 중이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향후 주총 결과에 따라 최소 보유자사주 50%인 9.2%를 3년간, 혹은 100%를 2년간 소각하게 됨에 따라 기업가치 개선에 매우 긍정적인 이슈"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합성고무 수요처인 교체타이어 회복에 대한 일부 시그널이 북미와 중국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제품가격 변화 및 최소 9.2%의 자사주 소각을 적용해 목표주가를 기존 18만8000원에서 19만4000원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