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체제’ 농협 혁신 시동 건다…중앙회·경제지주 합치고 ‘인사 칼바람’ 불 듯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3.07 14:17

11일 공식 취임 앞두고 농협 조직·인사 등 전반 검토 착수…비서실장에 류길년 국장 발령

현 ‘1중앙회-2지주-32계열사’ 체제 변화 예고…중앙회-경제지주 통합, 강 회장 선거 공약

신임 회장 취임 때 계열사 대표 일괄 사표 관행…농협은행 배임사고 발생에 교체 폭 커질듯

방명록 작성하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강호동 신임 농협중앙회장이 7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강호동 새 농협중앙회장이 오는 11일 공식 취임을 앞두고 조직·인사 등 농협 전반의 대대적인 혁신 작업에 착수했다.




7일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강호동 새 회장은 이날 공식 첫 출근해 업무를 시작했다. 강 신임 회장의 이날 첫 공식일정은 이재식 농협중앙회 부회장, 조소행 상호금융대표이사 등과 함께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것이었다. 강 회장은 현충원 방명록에 '농업, 농촌, 농업인과 농협을 위해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또 이날자로 경남 합천 출신의 류길년 신용보증기획부 국장을 비서실장에 임명, 발령했다.


농협중앙회는 강 신임 회장이 선거 때 공약으로 자신이 내세운 중앙회와 경제지주의 통합과 관련 검토에 들어갔고 중앙회 임원 및 경제·금융지주 소속 등 계열사 32개 대표의 혁신 인사에 대한 실무작업에도 본격 시동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 계열사 대표의 경우 대대적인 인사 태풍이 불 것으로 예고됐다. 그간 대체적으로 새 중앙회장 취임과 함께 일괄 사표를 낸 관행에 따른 것이다.


특히 전날 농협은행에서 110억원 규모의 직원 배임의혹 사건까지 터지면서 금융지주 계열사 12개사 회장·사장 교체 폭도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됐다.




금융지주 계열사 대표는 그 전문성을 존중, 인사 태풍에서 상대적으로 '미풍'에 그칠 것이란 당초의 인사 기류 전망이 빗나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농협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농협중앙회장은 임기 4년 단임제의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농협중앙회 산하 계열사 대표 인사권과 예산권, 감사권을 갖고 있으며 농협의 양대 사업 축인 경제지주와 금융지주 등 경영 전반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강 신임 회장은 당장 직접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이른바 '농협중앙회 핵심 3인방'으로 불리는 인사가 작업이 우선적으로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중앙회 핵심 3인방'은 △중앙회 전무이사 △조합감사위원장 △상호금융 대표 등이다. 이들 핵심 요직 인선이 강 신임 회장 인적 쇄신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강 신임 회장 체제의 농협에선 조직 혁신을 수반하는 지배구조 개편도 추진된다. 강 신임 회장은 지난 선거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와 경제지주 통합, 상호금융 독립법인화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재 농협중앙회는 유통 등 경제사업을 하는 경제지주와 금융업 등 신용사업을 하는 금융지주를 거느린 '1중앙회-2지주' 체제로 구성이 돼 있다.


농협중앙회 조직 구성

▲농협중앙회 조직 구성

농협은 지난 2012년 중앙회와 경제지주, 금융지주 구조로 개편됐는데 중앙회와 경제지주가 통합될 경우 중앙회 산하엔 NH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 등을 보유한 금융지주만 남는다.


농협 계열사에는 각 계열사별로 인사추천위원회가 구성이 돼 있다.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해 농협중앙회장에 보고하고 최종 승인하는 방식이다.


농협중앙회장이 계열사 대표들의 인사권에 입김이 크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만큼 이번에도 조직 개선과 공약 이행을 위한 전면적인 계열사 대표 교체가 예상된다.


앞서 지난 2016년 취임한 김병원 전 회장은 취임 이후 당시 이경섭 농협은행장과 김용복 농협생명 대표, 이윤배 농협손보 대표 등으로부터 사표를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전 회장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었던 김 대표의 사표만 수리했다.


또 지난 2020년 취임한 이성희 직전 회장도 취임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당시 이대훈 농협은행장, 홍재은 농협생명 대표, 최창수 농협손보 대표 등으로부터 사표를 제출받은 바 있다. 이 행장은 임기가 9개월가량 남았음에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특히 농협금융은 지난 2012년 지배구조 개편으로 독립적인 지위를 확보했지만 농합중앙회가 100%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중앙회장의 의중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지주의 경우는 전례를 고려할 때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이석용 농협은행장, 윤해진 NH농협생명 대표, 서국동 NH농협손보 대표의 거취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농협 안팎의 전언이다.


시장에서는 이석준 회장을 제외한 모든 대표들이 교체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석준 회장은 현 정부의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데다 강 신임 회장과 같은 영남권 인사라는 점에서도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다는 말도 나온다. 이석준 회장은 행시 26회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및 2차관, 미래창조부 1차관에 이어 박근혜 정부 당시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한 관료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초기 좌장을 맡기도 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달 임기 만료 후 회사를 떠난다고 밝힌 상황이다.


경제지주 소속 15개 자회사 대표도 강 신임 회장의 공약으로 중앙회와 통합을 내건 만큼 전면적인 물갈이 인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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