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몰린 친문·비명계…‘비명횡사’ 현실화에 갈등 재점화하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3.07 14:33

‘하위 10%’ 포함 박용진 의원 제외 비명계 무더기 탈락
박용진 “투표율, 득표율 안 알려줘…비공개 결정 이해 안돼”
송갑석 “비명계 모두 탈락해 친명 구도 강화…총선에 안좋아”

이재명·원희룡 '명룡 대전' 확정…친명 '조정식'도 단수공천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10차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20개 지역구 경선에서 비이재명(비명)계 현역 의원들이 줄줄이 친이재명(친명)계 인사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대부분 친명 인사들이 비명계를 겨냥해 '자객 출마'했다는 논란이 일었던 지역구들이다. 이에 4·10 총선을 한달 가량 앞두고 민주당 내부에서는 '비명횡사'가 현실화하면서 공천 갈등이 다시 재점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이 전날 밤 발표한 4~6차 경선지역 개표 결과, 본인이 '하위 10%'에 들었다는 통보를 밝힌 현역 의원 중 탈락을 면한 의원은 박용진 의원(서울 강북을)이 유일하다. 3인 경선을 거친 박 의원은 친명계 정봉주 전 의원과 결선에서 본선행 티켓을 놓고 맞대결이 성사됐다.


경기 수원정에서 박광온 의원이 김준혁 당 전략기획부위원장에게, 남양주을의 김한정 의원은 김병주 비례대표 의원에 패했다. 성남중원 윤영찬 의원도 이수진 비례대표 의원에게 졌다.



은평을의 강병원 의원도 김우영 전 은평구청장에게 공천장을 내줬다. 용인병이 지역구인 현역 정춘숙 의원은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에 패했다. 친문재인(친문)계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충북 청주상당 경선에서 졌다. 군산에서 탈락한 친명계 김의겸 의원을 제외하면 다수의 지역구 경선에서 비명·친문계 의원들이 패배했다.


당초 비명 현역과 친명 도전자 사이에서 비명계 의원들의 고전이 예상됐다. 다만 예상을 뛰어넘는 '친명횡재·비명횡사' 결과가 나오면서 한풀 꺾였던 당 내 계파 갈등이 다시 한 번 재점화하면서 후폭풍이 밀려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일하게 구사일생한 박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어제 결과에 대해서 뭐 하나도 수치를 안 가르쳐주더라"며 “투표율, 득표율 이런 것들 하나도 안 가르쳐주고 그냥 '결선' 이라는 것만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만약 제가 감산 30%가 없었으면 1차에 끝났다, 1차에 제가 과반 넘은 건 분명하다"며 “(득표수 공개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득표수 공개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는 것이다.


그는 “결선투표 어디를 보나 1차 투표에 참여한 모든 분들에게 (결과를) 공개한 뒤 2차 투표에 들어가게 하는데 저는 (비공개 결정이) 이해가 안 되고 당헌·당규에도 없는 규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인재영입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환 의원도 상식적으로 그 결과를 당연히 알려줘야 한다며 박 의원의 말에 동의했다.


하위 20%에 포함돼 경선을 앞두고 있는 송갑석 의원도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비명계로 지칭된 분들이 모두 탈락하면서 친명 구도가 강화됐다"며 “커밍아웃을 했든 안했든 간에 상당수 하위 20%가 포함돼 있는 분들이 탈락을 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번 경선 결과에 대해 “전체 총선 구도에는 좋은 결과가 아니"라면서 “당 내부의 결집과 단합을 약화시킬 것이고, 유권자 보기에도 친명 일색의 분들로 후보가 정해져 중도층 표심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하위 20% 안에 포함돼 탈당을 선언한 비명계 의원들도 이번 경선 결과가 치밀하게 기획된 것이라고 맹렬하게 비판했다.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다 치밀하게 기획된 경선 결과"라며 “유튜브에서 친명당선 비명낙선 선동을 해대는데 지도부가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그것을 활용해서 이번 경선을 기획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탈당을 선언한 홍영표 무소속 의원도 KBS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서 “이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계획했던 대로 사당화의 완성 단계에 왔다"며 “민주당이 계속해서 강성 지지층만 가지고 선거를 하겠다는 전략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날 경선 결과로 탈락한 비명계 의원들이 집단 탈당 행보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경선에 참여한 만큼 선거법상 무소속이든 다른 당 후보로 같은 지역구에 재출마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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