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팩, ‘여력有’ 어보브반도체의 저조한 유증 참여…‘부담은 소액주주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3.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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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팩, 유통 주식 수준의 유증, 주가 40% 하락… 최대주주는 절반만 참여

-업황 악화 속 불가피했던 유증, 도드라지는 최대주주 '무책임'

반도체 제품 패키징 및 테스트 후공정 전문 기업 원팩은 최대주주가 절반만 참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자금 여력도 있는 어보브반도체가 소액주주에게 자금 부담을 전가하는 모양새 이다 보니, 소액주주와의 이해상충 우려가 점증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윈팩은 보통주 5487만 7334주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통해 새롭게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대표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신주배정 기준일은 4월 17일이고, 구주주 청약일은 6월 3일과 4일 양 일간 진행된다.


윈팩의 유상증자는 모집규모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윈팩의 유통주식수가 5958만 4496주임을 고려할 때 구주 1주당 신주는 0.92주가량이 배정된다. 쉽게 말해 현재 주식 수준으로 새로운 주식이 발행된다. 이 경우, 주식 가치 하락은 불가피하다. 윈택의 당기순이익이 2배로 늘지 않는 이상, 기존 주주들이 향후 가능한 파이는 줄어들게 된다.



예정발행가액 산정 시에도 이는 나타난다. 윈팩의 모집예정가액은 1003원으로 지난 2월 평균주가(가중치 적용)인 1687원과 비교할 때 40% 이상 하락한 수치다. 실제 유상증자 발표 날이었던 지난달 29일 윈팩은 하한가를 기록했다.


윈팩, 불가피했던 유상증자

윈팩은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확보, 재무구조 개선 및 부가가치 증대를 동시에 노린다.




윈팩의 개별 기준 올해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294억원과 306억원 수준이다. 당기순손실은 전년 대비 20배가량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손실로 적자 전환됐다. 윈팩은 “(반도체) 업계 불황에 따른 매출 및 수익성 감소"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윈팩의 재무구조도 어려워졌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200%가 넘었고, 차입금 의존도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55%로 연말 기준 역시 50%를 넘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차입금의존도가 30%, 부채비율은 200%를 전후로 높고 낮음을 판단할 때 윈팩의 재무구조에는 노란불이 들어온 상태다.


또 성장을 위한 패키징 공정 추가 등 사업 구조 개선도 필요하다. 윈팩 관계자는 “현재 우리의 제품은 1~2단계 수준인데 고객사에서는 3~4단계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대주주, 유상증자 저조한 참여율 '논란'

최대주주인 어보브반도체는 배정 받은 물량의 절반만 참여할 전망이다. 윈팩 관계자는 “(최대주주의 참여는) 일단 절반 이상"이라고 강조했지만, 통상적으로 최대주주가 최초 유상증자 공시보다 참여 비율을 올리는 경우는 드물다.


어보브반도체는 절반의 참여를 통해 유출 현금을 절반으로 줄였다. 2282만 주(38.31%)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배정 물량 100%를 참여한다면 약 228억원을 윈팩에 유증해야 하나, 50% 참여로 유출 금액을 절반 수준을 줄였다.


이 부담은 고스란히 소액주주들에게 전가될 전망이다. 물론 지분은 일반주주나 기관이 인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인수 시, 할인이 충분히 된 상태이기에 피해는 소액주주들에 전가되는건 매한가지다.


물론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29.13%로 감소하긴 한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어보브반도체 입장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아 보인다. 윈팩의 5% 이상 주주는 최대주주인 어보브반도체 밖에 없기에 지배력이나 경영권이 위협받을 일은 없다. 배당 역시 걱정할 일은 아니다. 어보브반도체가 지휘봉을 잡은 이후 단 한체례도 배당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보브반도체는 사정이 나쁜 것도, 현금이 부족하지도 않다. 3분기 말 기준 별도 기준 어보브반도체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60억원이다. 또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95억원과 63.6억원이다. 연결 기준이라면 적자로 전환되는데 이는 대규모 유상증자인 윈팩의 영향이 크다. 윈팩은 어보브반도체의 종속회사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의 저조한 참여는 결국 소액주주들에게 피해가 간다"면서 “유상증자가 대주주와 소액주주간 이해상충을 초래하는 회사행위로 전락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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