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원가연동제 문재인 정부서 중단…원가연동제 자동으로 적용되도록 해야”
“지역별로 다른 전기 생산 원가 반영 필요…전국 6개 권역 정도로 요금 차등화 필요”
“정치권·환경주의자 아닌 에너지 전문가들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혁신 이뤄야”
“그동안 에너지 요금에 원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에너지 요금에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도록 혁신해야 할 때입니다."
김희집 에너지미래포럼 사무총장(서울대 교수)는 지난 4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에너지 요금에 원가를 제대로 반영해 혁신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은 에너지 컨설팅 업체인 에너아이디어 대표이기도 하며 이달로 에너지미래포럼 사무총장을 맡은 지 4년이 됐다.
에너지미래포럼은 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장·차관, 한국전력공사 등 공공기관 기관장을 강연자로 초청해 에너지 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주요 기업의 임원, 정부 관계자, 교수 등 전문가들이 아침마다 열리는 조찬포럼에 참여해 에너지 업계에서는 손꼽히는 네트워킹 자리로 꼽힌다.
김 사무총장은 이같은 에너지미래포럼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에너지정책에 대한 견해를 직접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초기에는 에너지미래포럼 자문 역할을 계속하다가 2020년 3월부터 공식적인 사무총장을 맡게 됐다"며 “그동안 회원들이 더 이상 받기 어려울 만큼 많이 늘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정부와 공공기관이 에너지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해왔고 이제는 대혁신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은 “에너지 산업이 큰 위기다 엄청난 대혁신이 필요하다. 그동안 산업부랑 한전 등의 노력으로 다른 주요 선진국의 절반 이하의 요금을 유지하며 값싸고 질 좋은 에너지를 공급했다“며 "탄소중립 흐름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위기가 왔다“고 밝혔다.
그는“전기요금 원가연동제를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중단시켰다. 원가 이하로 에너지를 생산했고 기업들이 모든 걸 메꿨다"며 “그 결과 한전은 50조원 누적 적자를 냈고 가스공사는 15조원의 미수금이 있어 이를 만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원가연동제를 법으로 자동화시켜서 임의로 에너지 요금에 개입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치논리로 전기와 가스요금을 결정하지 말고 연료비용대로만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고려한 에너지 정책 추진을 강조했다. 수소와 재생에너지 산업이 잘 될 거라고 막연한 기대로 지원하지 말고 원가를 줄이게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미국이나 유럽은 에너지 분야에서 원가를 강조한다. 우리는 원가 이야기를 잘 안 한다"며 “재생에너지와 수소연료전지는 발전하기에 많이 비싸다. 경매제도로 원가를 최대한 낮추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별로 전기 생산 원가가 다른 점도 지적했다.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수도권은 전기요금이 비싸고 발전소가 많은 지역은 전기요금 싸야 정상이라고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우리나라는 전국의 전기요금이 똑같다 보니 전기 수요가 서울로 몰린다"며 “다른 나라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6개 권역 정도로 나눠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송전선로를 짓느라 들어가는 비용을 서울에서 더 책임져야 한다"며 “지역별 원가 위주로 가자. 데이터센터를 지역에 유치하고 국가 전체 전력 사용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생에너지와 분산에너지로 스스로 발전해 전기를 사용 방식을 확대하는 정책도 제안했다.
김 사무총장은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면 혜택이 더 적다"며 “전기를 만들어 직접 쓰는 것보다 남에게 파는 게 더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전기를 팔 경우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받지만 이를 직접 사용하면 REC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REC를 팔아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전기를 팔 경우 송배전망 수요가 생긴다. 자기가 생산하는 전기에도 REC를 주고 직접 쓰게 해야 송배전 수요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RE100을 직접 하면 손해 보는 구조"라며 “본래 재생에너지는 스스로 발전하는 에너지다. 분산에너지도 보급될 수 있도록 시장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양한 전기요금제가 있어야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 현재 시장은 일물일가다 보니 분산에너지가 활성화될 시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 사무총장은 “사회가 많이 합리화되가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 정치권과 환경주의자들이 아닌 에너지 전문가들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했으면 좋겠다"며 “이 기회에 에너지 혁신을 대대적으로 하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