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달라 vs 못 내”…공사비 갈등 대기업·공공기관 확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3.12 15:34

쌍용건설-KT, 대보건설-LH 등 공사비 인상 관련 마찰 이어져

물가변동 배제특약 있어 법률상 공사비 인상 안 해도 문제없어

전문가 “공사비 천재지변 수준 인상...건설사에 적절한 보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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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건설과 하도급 업체 직원 30여명이 지난해 10월 KT 판교 신사옥 공사 현장에서 공사비 증액 요구를 담은 집회를 열었다. 쌍용건설

재건축 조합·시공사에서 벌어지던 인건비·자잿값 급등으로 인한 공사비 마찰이 공공 공사까지 확산되고 있다. 건설사들은 계약 당시보다 공사비를 올려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발주처에선 물가변동 배제 특약 등 계약 조건을 이유로 거부하는 게 대부분이어서 곳곳에서 다툼이 일어나고 있다.




◇ 건설사와 대기업 간 공사비 마찰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은 KT 측과 판교 신사옥 공사비 증액 지급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쌍용건설 측은 이날 직원들을 모아 서울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KT 측이 전날 추가 협상을 제안해 연기했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10월에도 KT 판교 신사옥 앞에서 1차 시위를 진행한 바 있다.



쌍용건설은 2020년 967억원에 이 공사를 수주했다. 지난해 말 공사가 마무리됐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 자재 반입 지연 등에 따라 계약 조건보다 무려 171억원의 비용이 더 들었다. 이에 2022년 7월부터 KT에 추가 공사비 지급을 요청해왔다. 하지만 KT는 도급계약서상 '물가변동 배제특약(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을 배제한다는 규정)' 조항을 근거로 이를 거부해오고 있다.


쌍용건설이 지난해 10월 국토교퉁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정위원회는 원칙상 조정 신청 처리를 접수일로부터 최대 60일 이내에 마쳐야 한다. 하지만 이번엔 양측의 의견서 접수 절차가 길어지면서 기간이 연장됐다. 조정안이 나오더라도 법적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결국 양측의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KT 측에서 시위 소식을 듣고 내부 검토를 통해 다시 의견을 전하겠다며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며 “KT에서 회신을 주면 그에 맞춰 후속 대응을 준비할 계획이다. KT 내부 분위기는 잘 모르겠지만 급하게 시위 연기를 요청한 만큼 협상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KT 측은 “(추가 지급의) 법적 의무는 없다"면서도 여지는 남겨둔 상태다. KT 관계자는 “입찰공고문 및 계약문서 등에 대해 검토한 결과, KT는 물가변동에 따라 계약금액을 증액해야할 법적의무가 없다고 확인됐다"면서 “시공사가 제기한 국토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의 절차에 적극 참여하는 등 원만한 타결을 위해 성실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공공기관까지 번진 공사비 마찰


이같은 공사비 분쟁은 다른 곳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대보건설은 2022년 750억원을 받기로 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세종시 집현동 공동 캠퍼스 건설공사를 수주했지만 공사비가 늘어나면서 증액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지지부진이었고 지난 5일부터는 아예 공사를 중단했다. 지난해 10월에 이은 두 번째 공사 중단이다.


대보건설은 총 9개동 중 4개동의 준공을 반년가량 앞당겨달라는 LH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추가 공사비를 투입해 공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레미콘 공급 차질,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 화물연대 파업 등 복합적인 악재로 인해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계약 당시 공사비는 750억원 수준이었지만 현재 300억원 이상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날 이 공사 현장 근로자 및 협력업체 직원들은 세종시청 정문 앞에서 집회를 갖고 공사 재개를 촉구했다.


한편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집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건설자재 가격은 35% 상승했으며, 건설자재 중 비중이 가장 높은 레미콘·시멘트·철근은 각각 34.7%·54.6%·64.6% 올랐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0년부터 3년 동안 공사비 지수는 약 27% 상승했다. 이는 천재지변과 같은 수준"이라며 “KT와 LH는 공공성을 띄고 있는 회사들인 만큼 현재 건설업계 상황을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의 보상을 한다면 모범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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