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엔화(사진=로이터/연합)
일본은행이 17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이에 따른 투자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 매수, 일본 국채 매도, 엔화 강세 베팅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은행이 올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폐지해 단기 정책금리가 현재 마이너스(-) 0.1%에서 연말 0.25%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은행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2016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시장에서는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할 만한 환경을 갖춘 것으로 보고있다. 일본은행은 2%대의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을 정책전환을 위한 조건으로 보고있는데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4월 이후 22개월 연속 2%대를 웃돌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주요 대기업들이 노조의 요구대로 임금을 큰 폭으로 올리자 임금과 물가 상승의 선순환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8~19일 열리는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단기금리가 이달 동결되더라도 4월 열리는 회의에서 인상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면 2007년 2월 이후 17년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하게 된다.
일본은행 출신 오키나 유리 현 일본연합연구소 의장은 전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임금협상 결과를 봤을 때 일본은행이 3월 정책전환에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며 “정책전환을 위한 전제 조건이 충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맨 그룹 등은 금리인상에도 일본 주식이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 액티브 투자를 총괄하는 블랙록의 유 밤바는 금리 인상에도 일본은행이 완화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해 일본 증시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다만 섹터별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JP모건 자산운용의 사카이 미치코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더 높은 리스크 대비 보상과 지배구조 개선을 선호하기 때문에 은행보다 보험 섹터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맨 그룹의 에밀리 배저 자산운용사는 “부동산과 철도 관련 주식들이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어 우리 팀에서 관심받는 분야"라고 말했다. 블랙록의 경우 일본 증시에 전반적인 익스포져를 선호하고 있으며 특히 기술, 건설, 은행 섹터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동시에 자산운용사들은 일본 국채 약세에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UBS 자산운용, 슈로더스 등은 일본은행이 수익률곡선통제(YCC)를 조정하기 전부터 일본 국채를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1140억달러를 운용하는 RBC 블루베이가 10년물 국채에 대한 숏(매도) 포지션을 구축했다. 10년물 일본 국채수익률이 올 연말 1.25%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국채 수익률은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RBC 블루베이의 마크 다우딩 최고투자책임자는 “리스크 대비 보상이 가장 좋아보이기 때문에 우리가 현재 운용하는 것들 중 이것(일본 국채 숏 포지션)의 규모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ABRDN도 일본 국채에 비중축소(underweight) 포지션을 택했다.
일본 엔화가 앞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유럽과의 금리 격차로 엔화 캐리트레이드가 인기를 끌었지만 상황이 앞으로 반전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슈로더스는 엔화 강세에 따른 수혜를 누리도록 포트폴리오를 변경했고 JP모건체이스는 유로화 대비 엔화에 대한 롱 포지션을 지난달 새로 구축했다. ABRDN은 내년까지 일본 엔화가치가 주요국 통화대비 8~10%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달러 대비 일본 엔화 환율은 달러당 148.3엔대로 올 들어 약 5% 급등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