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금리와 고물가로 서민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보험약관대출이 7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보험계약 대출 잔액은 71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68조원)보다 3조원, 2021년 말(65조8000억원)보다 5조2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보험약관대출은 보험 가입자가 보험 해지 환급금의 범위에서 대출받는 상품이다. 경기침체에 자금줄이 막힌 가입자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황형 대출로도 불린다.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자 서민 경제 어려움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7일 '국내 보험사 대출채권의 잠재 위험 요인 점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차주 수 기준으로 보험사의 다중채무자 비중은 32.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다중채무자는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사람으로, 고금리에 부실 가능성이 큰 취약 차주로 분류된다.
경기 부진과 고물가·고금리에 있던 보험을 해약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합계 보험 해약건수는 2021년 1146만6000건에서 2022년 1165만4000건, 2023년 1292만2000건으로 늘었다.
오 의원은 “보험약관대출과 보험 해약의 증가는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정부가 서민정책금융상품 공급 확대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올해 초부터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보험계약대출 가산금리를 기존 1.8∼1.99%p에서 1.5%p로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