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장비 없어 못 가르쳐”, “해부용 시신도 없다”…의료 전쟁 ‘교육 전선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3.20 22:25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교수연구동으로 들어가고 있는 의료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교수연구동으로 들어가고 있는 의료진.연합뉴스

정부가 의과대학 증원분 2000명 배정안을 공식 발표한 20일 의사단체 등이 '교육 문제'를 정면에 내세워 반발 수위를 높였다.




방재승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예정대로 오는 25일에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의대 증원 규모와 관련, “의대 교육에는 여러 가지 실습 기자재와 첨단 장비와 고도의 숙련된 교수진 필요하다"며 “오전, 오후, 야간반 의대를 하자는 건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말도 안 되는 증원 숫자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연세대학교 의대와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 일동도 성명을 내고 “비수도권에 82%, 수도권에 18%를 증원하는 정책은 교육 여건을 철저히 무시한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며 “이는 앞으로 의학 교육 현장에서 혼란을 초래할 독선적 결정일 뿐이며, 총선을 앞두고 교육 생태계를 교란하는 정치적 카드"라고 지적했다.


대한의학회와 26개 전문과목학회 역시 입장문에서 “정부의 독단적 결정은 의학교육과 전공의 수련체계를 마비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대생들도 반발하고 있다.


의대·의전원 학생 대표들로 구성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공동 성명에서 “증원이 이뤄진다면 학생들은 부족한 카데바(해부용 시신)로 해부 실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형식적인 실습을 돌면서 강제 진급으로 의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책은 협박과 겁박으로 의료계를 억압하고, 이로 인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수작"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당장 지역 의료 가뭄 속 단비를 맞은 지방 대학들은 일제히 '교육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간담회를 열고 “의대에 입학하면 2년간 의예과 수업을 들어야 하므로 학생들의 실습 환경을 마련하는 데 3년의 기간이 있다"며 “이 기간 내에 반드시 양질의 교육을 위한 시설을 확충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상국립대학교도 입장문에서 “증원된 의과대학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향후 의과대학 교수들 의견을 경청해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국 광역 지자체 17개 시도 중 12곳도 역시 여야를 떠나 정부 발표에 환영 입장을 냈다.


부산‧대구‧울산‧대전광역시와 전남‧충북도 등은 시장과 도지사가 직접 나서 정부 의대 증원을 반겼다. 경남도와 충남도, 인천광역시, 제주특별자치도, 전북특별자치도 등도 보도자료를 내 정부 의대 증원 발표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들 지자체는 담화문 등에 그간 지역민들이 원정 치료에 나서야 했던 상황이 개선되고, 지역 필수의료 공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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