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끝났다”…금리인하 시동거는 글로벌 중앙은행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3.2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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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의장(사진=AFP/연합)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줄줄이 금리 인하를 예고하며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종지부를 찍을 준비를 하고 있다. 디스인플레이션 추이가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어서다.




특히 스위스 중앙은행이 금리를 깜짝 인하하자 세계적인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본격 시작됐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기준금리를 9회 연속 동결해왔던 한국은행도 언제 금리 인하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세 차례의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시킨 것이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이 지난 20일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에서 공개한 점도표에 따르면 올 연말 미국 기준금리가 4.6%(중간값)로 제시됐다. 이는 작년말 FOMC 발표와 마찬가지로 올해 안에 0.25%포인트씩 3차례, 총 0.75%포인트 정도의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1~2월 두달간의 데이터에 과민하게 반응하지도 않을 것이며 무시하지도 않겠다"고 했다. 최근 미국 물가 지표가 예상치를 웃돌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방향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스위스 중앙은행이 주요 선진국 중 최초로 금리 인하에 나섰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이날 정책금리를 연 1.75%에서 연 1.50%로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토마스 조던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2년 6개월 동안 진행된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효과적이었기 때문에 (금리인하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매파적 스탠스를 유지하는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도 같은 날 기준금리를 연 5.25%로 다섯 차례 연속 동결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통화정책위원 9명 중 8명이 동결 의견을 냈으며 1명은 0.25%포인트 인하 의견을 냈다는 부분에 있다. 인상 의견을 낸 통화정책위원이 한 명도 없었던 것은 2021년 9월 회의 이후 처음이다. 앤드류 베일리 잉글랜드은행 총재는 “금리인하에 나설 단계는 아니지만 (물가 등이)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재차 언급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최근 ECB 콘퍼런스에서 “우리의 정책 결정과 관련된 경제지표들에 대해 4월에는 조금 더, 6월에는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파로 분류되는 호주중앙은행도 지난 19일 통화정책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4.35%로 동결했다. 다만 성명에서 지난달까지 사용하던 “추가 금리 인상을 배제할 수 없다"는 문구를 빼면서 긴축이 끝났음을 시사했다.


JP모건 프라이빗 뱅크의 매튜 랜던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전 세계 정책금리의 향방이 더 낮아지고 있다는 게 우리의 결론"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피벗을 예고하고 있는 배경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22년 8.0%에 육박했던 주요 7개국(G7)의 물가상승률이 지난 1월 2.9%까지 하락, 2021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금리인하를 줄줄이 예고하는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대열에 언제 합류할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 기준금리는 3.5%로, 작년 1월 말부터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한은의 통화정책 전환 시기로는 미국의 금리 인하 직후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연준보다 금리를 먼저 내릴 경우 역대 최대인 한미 금리차가 더 벌어지기 때문이다. 금리 선물시장에서는 연준의 첫 금리인하 시기를 6월로 점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앙은행들의 피벗 전망과 관련해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CNBC에 따르면 미국 유명 자산운용사인 뱅가드의 샤안 라이타타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올해 금리를 아예 내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 스위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린 것과 관련해 “예외적인 경우"라며 스위스 인플레이션 문제는 다른 국가들과 비해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시카모어 트리 캐피털 파트너스의 마크 오카다 최고경영자(CEO)도 연준이 올해 금리를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꽤 있다"고 최근 CNBC에 말했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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