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회용 개발, 수거·세척·재공급 ‘탄소 절감’
보증금 없이 수거함 반납, 카페·영화관 인기
하루 10만개로 일회용 3400만개 감소효과
자동컵세척기 특허출원…“3년내 전국보급”
20세기 글로벌경제를 제조와 금융 중심의 '골리앗기업'이 이끌었다면, 21세기 경제는 혁신창업기업 스타트업(start-up) '다윗기업'이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로 최근 20여년 간 글로벌 경제와 시장의 변화의 주인공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스타트업이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알리바바, 틱톡은 물론 국내의 네이버, 카카오, 넥슨, 쿠팡 등도 시작은 개인창업에서 출발했다. 이들 스타트업들이 역외와 역내 경제에서 새로운 부가가치, 새로운 직종(일자리) 창출을 선도하고 있다.
한낱 '양치기'에서 당당한 '장군'로 성장한 '스타' 스타트업을 꿈꾸며 벤치마킹하는 국내외 창업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성공의 열매를 맛보기 위한 과정은 매우 험난하다. 스타트업(창업)은 했지만 점프업(성장)하기까지 성공보다 좌절이 더 많은 '정글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돌팔매질을 연마하는 '다윗 후예' 스타트업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재사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컵 등의 일회용품도 한 번 사용한 뒤 버려지는 것은 인력이 부족한 개인 카페와 축제장 등에서 직접 컵을 세척해 다시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친환경 스타트업 트래쉬버스터즈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회용 플라스틱 컵을 공급한 뒤 사용이 완료된 컵을 자체 기기로 세척한 후 다시 제공하고 있다.
곽재원 트래쉬버스터즈 대표는 “카페, 영화관, 축제 등 일회용품 사용이 필요한 다양한 곳에 다회용컵을 공급하고 있다"며 “현재 하루에 매일 10만 개의 컵을 세척해 제공 중으로, 지금까지 3400만 개의 일회용품을 줄이는 성과를 달성했다"고 소개했다.
현재 트래쉬버스터즈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카페나 축제장 등에 반납함을 설치해 일회용품을 쓰레기통에 버리듯 반납함에 두면, 기사들이 수거해 세척 후 재사용하는 형태다. 특히, 보증금이 없어 고객 불편함 없이 반납 가능한 것이 장점으로 반납률이 97%에 이른다.
고객 불편함 없이 친환경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현재 네이버·카카오·엘지전자·삼성전자·국민카드 등 다양한 대기업의 사내카페에서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컵 제공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또한, CGV에서도 콜라컵 대신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컵을 사용 중으로, 일반 카페 380여곳도 세척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이를 위해 트래쉬버스터즈는 카페에서 쓰는 4가지 컵 사이즈를 전부 구비한 상태로, 향후 접시 등의 제품으로도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곽 대표는 “현재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격이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 대비 20~30% 비싼 만큼, 환경에 대해 관심이 적거나 비용적 부분을 크게 생각할 경우 도입이 부담되는 면이 있다"며 “누구나 부담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세척 원가를 떨어뜨려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보다 더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서비스 비용이 높은 것은 세척 공정을 사람이 수행할 경우 인건비가 많이 들어 세척 원가가 높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트래쉬버스터즈는 약 2년의 연구개발을 거쳐 최근 자동 컵 세척기를 특허 출원한 상태다.
곽 대표는 “일회용컵 세척 후 수거는 트래쉬버스터즈가 처음 시도한 서비스인 만큼, 고난이도 기술이 적용된 맞춤 기기를 개발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많이 거쳤다"며 “기기 개발을 통해 세척 자동화를 90%까지 이뤄낸 만큼, 올해 상반기 안에 하루 20만 개 컵을 완전 무인화로 세척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즉, 트래쉬버스터즈의 서비스가 시장에 안착한 후 후발주자가 약 20~30곳 생겼고, 해외에서도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6곳 정도 설립됐으나 아직까지 기술과 브랜드 인지도 차이에서 격차가 크다고 곽 대표는 설명했다.
또한, 트래쉬버스터즈는 일회용 컵 세척 순환 서비스를 통해 줄인 탄소배출량을 정확히 책정하기 위해 제품 제조부터 수송, 폐기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을 측정하는 평가인 전과정평가(LCA)를 울산 유니스트와 진행하고 있다.
다만 곽 대표는 “저희가 하는 비즈니스는 사실 정부가 해야하는 공공적 비즈니스이나 공무원들이 이런 사업을 할 수 없으니 민간에서 이런 레퍼런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친환경 서비스가 시장에 자리잡기 위해 정부가 도와주고 규제를 밑에서 받쳐줘야 하나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며 최근 정부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 등한시 기조를 비판했다.
매장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어려워지는 등 환경 관련 규제가 생기면 기존에 일회용품을 사용했던 매장에서도 친환경 서비스를 대신 제공할 방식을 고민하게 되나, 현재는 규제 완화로 트래쉬버스터즈의 서비스를 도입하려 했던 기업도 다시 일회용품을 쓰는 경우가 생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곽재원 대표는 “트래쉬버스터즈의 서비스를 전국에 2~3년 안에 지원할 것"이라며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이유는 편리함 때문인 만큼, 일회용품보다 더욱 저렴한 비용으로 가치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일회용품 시장을 아예 전환해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