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배상’ 돌입한 국민은행...자사주 매입한 양종희 KB금융 회장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3.26 06:00

KB금융 주가 3개월새 30% 급등
ELS 배상에도 순이익 4조원대 이상 무

3억8500만원 투입, 자사주 5천주 매입
조용하지만 진정성 있는 상생경영 기치

양종희 KB금융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11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며 주주가치 제고,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양 회장은 재임 기간 사회와 상생하고, 고객 중심의 경영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는데, KB국민은행이 조만간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자율배상을 확정할 경우 양 회장의 이러한 경영 방침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에서는 KB국민은행이 1조원이 넘는 배상안을 부담한다고 해도, KB금융지주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당초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KB금융지주가 지난해 3조원이 넘는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면서 올해는 충당금 적립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ELS 손실 배상이 이뤄지더라도 작년과 유사한 4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두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용하지만 힘 있는 행보...주가 상승에도 자사주 매입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양종희 회장은 이달 19일 KB금융지주 주식 5000주를 주당 7만7000원에 매입했다. 총 매입액은 3억8500만원이다. 이에 따라 양 회장이 보유한 자사주는 우리사주조합 조합원계정을 포함해 총 5914주로 늘었다.



양 회장의 자사주 매입은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그룹의 중장기 가치, 펀더멘털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주가치 제고, 책임경영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표명한 것이다. KB금융 측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부 주도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추진 중인 가운데 국내 최대 금융그룹의 CEO로서 책임경영을 다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나 양 회장의 자사주 매입은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조용히 이뤄졌다. 양 회장의 자사주 매입 시기 역시 금융지주 CEO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타이밍과도 거리가 있다. 통상 금융지주 CEO들은 주가가 일시적으로 조정 받거나 과도하게 저평가 받고 있다고 판단될 때 자사주를 매입한다. 시장에 책임경영에 대한 메시지를 확실하게 표명하기 위한 '적절한 시기'를 재는 것이다. 그러나 KB금융지주 주가는 작년 말 5만4100원에서 이달 현재 7만2000원대로 불과 3개월 새 30% 넘게 급등했다. 양 회장 입장에서는 자신이 주식 매입으로 얻을 수 있는 차익보다는 CEO의 책임감에 힘을 실은 행보로 풀이된다.





국민은행 홍콩ELS 배상 최소 1조, 순이익 4조 무리 없다

양 회장의 행보와 함께 KB금융지주 주가가 꾸준히 오르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KB국민은행의 홍콩H지수 ELS 사태에도 KB금융에 대한 펀더멘털은 견고할 것이라는 시장의 믿음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분석이다.


국민은행은 금융감독원이 이달 11일 홍콩H지수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한 직후인 13일부터 200명이 넘는 직원을 투입해 H지수 최고점 전후 기간인 2021년 1월부터 7월까지 판매한 ELS 계좌 8만여개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기간 ELS 판매액은 5조2000억원이고, 현재까지 손실률은 50% 수준이다. 여기에 평균 손실 배상률 40%를 적용하면 국민은행이 반영할 ELS 배상 관련 충당부채는 약 1조원으로 추산된다. 국민은행은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위반 등 금감원이 발표한 배상안 기준에 부합하는 사례를 조사해 구체적인 배상규모, 배상비율 등을 산정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 측은 “이사회 개최 시기, 배상 규모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금감원 분쟁조정기준안 발표, 당국의 지침에 맞춰 신속하게 결정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

▲KB국민은행.

국민은행이 1조원이 넘는 배상안을 재무제표에 반영한다고 해도 KB금융지주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연간 기준 3조1464억원의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을 적립했다. 대내외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를 고려해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 기조를 유지한 결과다. 올해는 작년보다 충당금 적립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ELS 손실 관련 일정 수준의 배상이 이뤄지더라도 대손비용 감소로 상쇄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KB금융지주는 지난해 전체 수수료이익 가운데 은행 비중이 67.6%, 비은행 비중이 32.4%로 타 지주사 대비 비은행 비중이 높은 편이다. 즉 은행 실적이 주춤해도 비은행 부문으로 커버 가능한 구조인 점을 고려할 때, KB금융지주가 작년 순이익(4조6319억원)과 유사한 수준의 실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ELS 대규모 손실이 반영되면 KB금융 영업이익이 4.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주주환원정책을 크게 좌우할 정도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이 지난해 선제적으로 버퍼를 확보한 점을 고려할 때 연내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추세가 이어지더라도 대손비용은 약 2조원 내외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ELS 관련 배상금액이 현재 약 8000억~1조원 내외로 예상되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일정 규모의 배상이 이뤄지더라도 대손비용 하락 영향이 어느 정도 상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이 ELS 배상 규모를 확정짓고, ELS 사태를 마무리하면 양 회장이 취임 이후 강조한 진정성 있는 상생 경영도 한층 더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 회장은 고객과 사회적 가치를 균형 있게 추구하는 기업의 모습이 대한민국 금융의 스탠다드라고 강조한 바 있다. 행동 중심의 진정성 있는 상생경영이 곧 KB금융그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취지다. 금융권 관계자는 “ELS 배상 규모는 KB국민은행에서 진행하고 있어 KB금융그룹 전반의 이슈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다만 고객들이 ELS 손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국민은행뿐만 아니라 금융그룹 전반적으로 ELS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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