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비트코인보다 귀한 몸…‘가격 폭등’ 심상찮은 코코아 시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3.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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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사진=AFP/연합)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초콜릿 주 원료인 코코아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9000달러선마저 돌파했다. 기후변화 여파에 따른 생산량 감소로 공급부족 우려가 지속적으로 부각되고 있어서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뉴욕에서 코코아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7.9% 급등한 톤당 9649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하루 만에 가격이 700달러 올라 사상 처음으로 9000달러선을 돌파한 것이다.


이로써 코코아는 경기 풍향계로 불리는 '닥터코퍼'인 구리보다도 비싼 몸이 됐다. 이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현물 가격은 톤당 874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블룸버그는 “1만 달러 돌파를 앞둔 코코아 가격은 불과 몇 달전까지만 해도 생각할 수 없었던 수준이었다"고 짚었다.


코코아 가격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1년 전 코코아 가격이 2800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 1년 동안 시세가 244% 폭등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은 2만7000달러대에서 현재 7만달러 수준으로 시세가 160% 가량 올랐다.


주목할 점은 코코아 가격 상승세가 투기적 거래에 비롯되지 않았다는 부분에 있다. 블룸버그가 분석한 결과, 선물 미결제약정(투자자가 선물·옵션계약을 사거나 판 뒤 이를 반대 매매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계약) 규모는 지난 1월 최고치를 찍고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산운용사들의 최근 코코아 '강세 베팅'은 1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이번 가격 상승세는 실물 바이어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시사했다.


카카오 열매를 가공해 만드는 코코아 가격이 이처럼 '미지의 영역'까지 치솟는 이유는 지난해부터 가나, 코트디부아르 등 서아프리카 주산지에 이상기후가 닥쳤기 때문이다. 폭우로 카카오 열매를 부패시키는 흑점병(blackpod)이 확산돼 생산량이 급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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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코코아 선물가격 추이(단위:톤당 달러,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이런 와중에 이날 가격이 7% 넘게 폭등한 이유는 가나 정부기관인 코코아위원회에 자금조달 문제가 발생하면서 코코아 위기가 심화됐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코코아위원회는 작년말 해외 은행 8곳에서 8억 달러에 달하는 대출을 확보했고 나머지 2억 달러를 추가로 받기 위한 담보물인 카카오 열매가 부족해졌다는 설명이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가나의 자금조달 문제는 올해 카카오 열매 수확량이 42만 2500~42만 5000톤으로 예상됨에 따라 발생한 것"이라며 “이는 연초 전망치 대비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코코아위원회는 조달된 자금으로 농부에게 급여를 지급한다.


이 때문에 초콜릿 소매 가격은 앞으로도 오를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리서치업체 NIQ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선 부활절을 앞두고 계란과 토끼 모양의 초콜릿 가격이 작년 동기대비 12% 오른 상황이다. 영국에선 인기 있는 부활절 초콜릿 가격이 최대 50% 치솟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그 이후다. 블룸버그는 현재 목격되는 가격 상승세는 지난해 코코아 가격이 반영된 것이라며 “빙산의 일각"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부활절 시즌에 판매되는 초콜릿은 지난해 4분기 또는 이전에 사들인 원료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블룸버그는 덧부였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다이애나 곰스 애널리스트는 “설탕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공급부족 사태가 지속될 경우 내년 부활절엔 초콜릿이 더 비싸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도 제품 가격 인상을 앞두고 있다. 스위스 초콜릿 브랜드 린트는 원료값 급등에 올해와 내년에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이달 초 밝혔다.


네슬레의 경우 효율화를 통해 비용 인상분의 일부를 흡수했지만 코코아 가격 상승세로 향후엔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가격 인상을 이미 단행한 주요 초콜릿 제조업체들은 추가 인상 가능성에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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