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려도 이름 알려도 역부족...디지털손보사 적자 늪 여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3.26 15:35

하나손보·카카오페이·교보라이프 등
지난해 당기순손실 폭 키워

소비자 접점 수익성 연계해야
“운영 부담 줄이는 개선 필요”

디지털손보

▲국내 디지털 손해보험사들의 순이익이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디지털 손해보험사들이 적자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과 캐롯손해보험 등이 최근 출시한 상품이 시장에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수익성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시선이 모인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교보라이프플래닛, 신한EZ손해보험,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등 국내 디지털 손보사들의 순이익이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가장 큰 폭의 적자를 보인 곳은 하나손보다. 하나손보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879억원으로 지난해 순손실 689억원에서 적자폭이 190억원 가량 늘었다. 캐롯손보 순손실은 795억원에서 760억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700억원을 웃도는 규모를 기록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2022년 261억원에서 2023년 373억원으로 적자 규모를 키웠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2022년 140억원에서 지난해 214억원을 기록했고 신한EZ손보는 150억원에서 78억원의 순손실을 나타냈다.



이런 성적표는 보험사들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과 대조돼 더욱 뼈아프다. 이날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보험회사 경영실적'에 따르면 국내 22개 생명보험사와 31개 손해보험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총 13조3578억원으로 2022년보다 4조1783억원(45.5%) 증가했다.


생보사가 5조952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3915억원(37.6%) 늘었고, 손보사는 8조2626억원으로 2조7868억원(50.9%) 증가했다. 지난해 IFRS9·IFRS17 등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며 보장성보험과 장기보험 판매에 집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디지털 손보사들은 설립 이후 인적·물적 투자를 이어온 결과 보험료를 일부 돌려주거나 주행 거리만큼 보험료를 내는 방식 등 지금까지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유형의 상품들을 폭넓게 제공하고 있다.


나름의 성과도 기록 중이다. 지난 19일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최근 출시한 운전자보험이 판매를 개시한지 일주일 만에 가입자 1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신계약 체결건수로는 온라인 운전자보험 시장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캐롯손해보험의 퍼마일자동차보험은 지난달 22일 출시 4주년을 맞은 가운데 누적 가입수가 170만건을 돌파했다. 지난 1월 기준 재가입률은 91.5%를 기록하기도 했다. 카카오페이손보의 운전자보험이나 퍼마일자동차보험은 보험설계사 없이 디지털채널 판매에 의존해 나타낸 성과다.




디지털.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

그러나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들이 보험소비자의 가입 및 청구 편의성에 집중돼 있는데다 보험료가 월 1만원 안팎으로 저렴해 해당 상품들이 가져다주는 수익성은 아직까지 미약한 실정이다. 보험사에 수익성으로 연결되는 보험 상품들의 경우 대부분 대면영업으로 판매되고 있어 아직까지는 이런 구조를 떠나 디지털손보사가 이익을 창출해 내기 어렵다는 평가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사실상 대형 보험사가 판매하는 상품들에서 보험소비자가 가입 필요성을 느끼는 보험상품이 많고, 보통 그런 상품은 계약 기간이 10년 이상이며 약관이나 특약 구성이 복잡한 경우가 많다. 보험료도 저렴하지 않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직접 비교 하기보다 보험설계사의 설명을 듣고 선택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결국 상품 이미지 확보와 함께 저렴하고 편리한 상품으로 넓혀둔 소비자와의 접점을 수익성으로 연결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디지털손보사들은 최근 미니보험에서 운전자보험 등 장기보험으로 상품군을 늘려 판매에 나섰지만 적자구조 탈피 등 실질적인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일각에선 디지털손보사가 수익성을 나타내는 데 한계가 있어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국내 디지털 손해보험회사 동향' 보고서에서 “보험산업의 다양한 사업모형을 위해 실질적인 운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규제 완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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