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행사장 발표
원전 확대 위해 정부 지원, 규제 완화, 수명연장, SMR 강조
탈원전국 독일 출신, 에너지위기 겪으면서 원전 새롭게 봐
유럽연합(EU) 수장이 원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정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안보를 모두 확보하기 위해선 원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지난 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벨기에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공동 주최한 제1차 원자력 정상회의에서 “EU에서 원자력에 관해 서로 다른 견해가 있지만 저는 원자력 기술이 청정에너지 전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여기에 왔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위기 이후 많은 국가들이 원자력의 잠재적인 역할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위원장은 원전이 수력발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저배출 전력 공급원이며, 전력 가격의 안정적 기반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원전의 역할에도 불구하고 실제 비중은 점점 줄고 있다. 현재 원전은 세계 전력 믹스에서 9%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1988년 18%의 절반밖에 안된다. 특히 현재 EU의 원전 비중은 22%로 단일 발전원으로는 가장 크지만 이는 1990년대의 1/3 수준보다는 훨씬 낮다고 위원장은 우려했다.
위원장은 원전 확대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원자력이 기후 중립 목표에 상당한 기여를 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투자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재정 지원이 가능하고 전력 안보에 대한 원자력의 기여가 적절하게 평가되고 보상되도록 보장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원장은 원전이 적기에 공급될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필요하고, 원전을 전력 공급 이외에 열 공급이나 수소 생산 방식도 고려하며, 수명 연장도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유망한 혁신 기술로 소형모듈원전(SMR)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독일 출신이다. 독일은 EU에서 대표적인 탈원전 주장 국가이다. 독일은 2022년 7월 EU의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 결정에서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규정하는 것에 반대한 나라이다.
폰데어라이엔은 하노버 의대 의학박사 출신으로 산부인과 의사 및 의대 교수로 일하다가 42세의 늦은 나이에 중도보수인 기독민주당 소속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니더작센주 지방의원에 이어 주정부 가족부장관을 활동하다 2005년 당시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발탁돼 국가 가족여성청년부 장관을 맡으며 중앙 정치무대로 데뷔했다.
현재 EU 회원국 중 원전을 사용하고 있는 나라는 벨기에, 불가리아, 체코, 핀란드, 프랑스, 헝가리, 네덜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스페인, 스웨덴 등 12개 국가다.
탈원전 국가 출신이 친원전을 주장하게 된 배경에는 그의 중도보수적 정치성향도 있지만, 독일 등 유럽이 러-우 전쟁 이후 심각한 에너지위기 및 경제침체를 겪으면서 무탄소 에너지이면서 경제성도 높은 원전을 새롭게 바라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