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 억만장자가 감방으로…‘김치 프리미엄’에 승승장구한 ‘암호화폐 왕’의 몰락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3.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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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연합)

바하마 섬의 3500만달러(약 473억원)짜리 펜트하우스에서 친구들과 파티를 즐기던 30세 억만장자가 2년 뒤 교도소 감방으로 가게 됐다.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FTX를 설립해 승승장구하다 순식간에 파산을 맞고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샘 뱅크먼-프리드(32)가 주인공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의 루이스 A. 카플란 판사는 28일(현지시간) 뱅크먼-프리드에 대해 징역 25년 형을 선고했다. 또 110억2000만달러(약 14조8770억원)의 재산 몰수도 명령했다.



화이트칼라(사무직) 범죄로서는 미국 역사상 최고 수준의 형량이라는 평가다.


그는 많은 것을 갖고 태어난 금수저 출신이다. 부모가 모두 스탠퍼드대 로스쿨 교수로, 대학 캠퍼스 내에 자리한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후 이공계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2013년부터 4년간 월가의 투자사 '제인 스트리트'에서 트레이더로 일했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그가 암호화폐 투자로 큰돈을 벌 수 있었던 계기는 한국 시장의 '김치 프리미엄' 덕분이었다.


2017년 그는 비트코인 시세를 살펴보던 중 각 나라의 거래소마다 가격이 같지 않고 때로는 60%나 차이가 나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즉시 이를 이용한 차익거래에 뛰어들어 수익을 쌓기 시작했다.


그는 2022년 9월 CNBC 인터뷰에서 “그것은 가장 아래에 매달린 과일(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이익이란 뜻)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거래소에서 교환되는 비트코인 가격이 다른 나라들보다 높아 '김치 프리미엄'이란 용어까지 만들어진 한국 시장에서는 차익거래로 수익을 낼 기회가 더 컸다.


이후 그는 자신의 첫 사무실이 있던 캘리포니아 카운티의 이름을 딴 투자회사 알라메다리서치를 설립했고, 비트코인 거래로 하루에 100만달러(약 13억5000만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고 CNBC에 말했다.


알라메다리서치의 성공을 바탕으로 그는 2019년 4월 바하마에 본사를 둔 가상화폐 거래소 FTX를 만들었다.


FTX는 대대적인 홍보에 더해 탄탄한 기술과 뛰어난 사용자환경(UI)으로 경쟁업체들을 제치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FTX는 불과 3년여 만에 세계 3대 암호화폐 거래소로 부상했고, 기업 가치는 한때 320억달러(약 43조2000억원)에 달했다.


뱅크먼-프리드가 30세가 되기 직전인 2021년 10월 포브스가 집계한 그의 순자산은 260억달러(약 35조1260억원)로 불었고, 당시 미국 부자 순위 25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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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연합)

그러나 뱅크먼-프리드의 추락은 순식간이었다.


2022년 암호화폐 시장의 '겨울'로 불리는 시기가 찾아왔고, 테라·루나 사태의 여파로 암호화폐 가격이 줄줄이 폭락하면서 업계의 주요 대출업체들이 파산하는 도미노 붕괴가 이어졌다.


코인 투자자들은 FTX에 예치한 자금을 인출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알라메다리서치와 FTX 모두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뱅크먼-프리드가 FTX의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려 알라메다리서치의 부채를 갚는 용도 등으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고, 고객에게 돌려주지 못하게 된 자금 부족액은 80억달러 규모로 불어났다.


이후 FTX가 파산 신청을 하고, 뱅크먼-프리드가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화려함 뒤에 가려진 그의 민낯이 드러났다.


FTX의 기술 담당 임원이었던 니샤드 싱은 지난해 뱅크먼-프리드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회사가 무너지기 2개월 전에야 고객 예치금에 무려 80억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구멍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사라진 돈 대부분은 뱅크먼-프리드의 사치스러운 지출에 쓰였다고 증언했다.


2022년 바하마 규제 당국이 미 델러웨어주 파산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FTX가 바하마에서 사들인 부동산은 35곳으로, 전체 규모는 2억5630만달러(약 3463억원)에 달했다.


뉴욕 남부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지난해 11월 뱅크먼-프리드에 제기된 사기 등 7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로 평결했다.


한편, 뱅크먼-프리드가 받은 형량은 미국에서 근래 화이트칼라 범죄자에게 부과된 형량 중 가장 긴 사례 중 하나라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악명 높은 다단계 금융사기(폰지 사기)를 주도한 버나드 메이도프는 2009년 징역 150년 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70대였던 그는 교도소에서 12년 복역 후 8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바이오벤처 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는 2022년 사기와 공모 등 4건의 혐의가 유죄로 평결된 뒤 징역 11년 3개월을 선고받았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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