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도 너무 싸”…중국 공세에 정원 울타리로 변신한 태양광 패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4.0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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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 태양광 발전단지(사진=AFP/여합)

글로벌 태양광 패널 가격이 끝없이 추락한 나머지 유럽 일부 지역에선 이를 갖고 정원 울타리로 활용하는 사례마저 등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추이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글로벌 태양광 업계가 고사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발 물량 공세로 글로벌 시장이 포화된 상황 속에 태양광 패널 가격이 저렴해지자 네덜란드와 독일 등에선 패널을 정원 울타리로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산하 에너지 조사기관 BNEF에 따르면 글로벌 태양광 패널 가격은 와트(W)당 0.11달러로 작년 동기대비 절반 수준이다.



태양광 패널 가격이 하락하면 지붕에 설치하려는 소비자들이 더 많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올 수 있지만 현실은 이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인건비 상승 등으로 설치부담이 커진 탓이다.


BNEF의 제니 체이스 태양광 애널리스트는 “태양광 패널이 너무 저렴해진 결과"라며 “노동, 비계 등과 연관된 가격이 지붕 태양광 설치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울타리 활용 등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BNP파리바의 마틴 브러프 기후 리서치 총괄도 “패널 자체는 매우 싸지만 이를 설치하는 비용이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사례는 중국발 물량 공세로 글로벌 태양광 시장이 지나치게 포화됐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태양광 공급은 올 연말까지 1100기가와트(GW)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는데 이는 현재 수요의 3~4배 수준이다. IEA는 또 중국이 이런 추이를 주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태양광 패널 가격 하락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는 점이다. BNEF는 제조업체들이 과잉된 물량을 처분하기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어 패널 가격이 바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고사 위기에 내몰린 글로벌 태양광 업계가 느끼는 위기감은 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1위 태양광 업체인 중국의 룽지(隆基·Longi)그린에너지는 과잉 공급 등으로 공장직 수천명을 감원했다.


유럽 상황은 더 암울하다. 유럽 태양광 패널 시장이 값싼 중국산 제품에 사실상 잠식되자 현지 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 직면했다는 경고음은 이미 제기된 상황이다.


유럽태양광제조협의회(ESMC)는 지난 2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를 향해 실질적인 긴급조치가 이행되지 않는 한 생산라인은 곧 폐쇄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탈리아 제조업체인 퓨추라선의 알레산드로 바린 최고경영자(CEO)는 공장을 평소보다 더 길게 중단했음에도 태양광 패널로 가득찬 상자들은 판매되지 않은 채 항구와 창고에 쌓여있다고 FT에 말했다.


바린 CEO는 이어 현재 가격이 마지노선인 와트당 0.15달러를 밑돌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 태양광 산업에 투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제조업체인 시스토비는 중국에서 덤핑이 급속도로 늘자 매수자를 모색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앞서 노르웨이의 REC 그룹은 지난해 11월 폴리실리콘 생산공장을 문닫았고 스위스 제조업체 마이어 버거의 경우 유럽 최대 규모인 독일 공장을 미국으로 아예 이전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EU 집행위는 대책 마련안을 오는 15일에 서명할 예정이지만 업계를 만족시킬 가능성은 낮다고 FT는 짚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미국 태양광 업계도 상황이 만만치 않다.


미국이 수입하는 태양광 패널은 관세를 적용해도 미국산보다 저렴하다고 FT는 지적했다.


한화큐셀의 다니엘 머펠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분위기는 암울하다"며 “미국 제조업체들이 성공할 조건들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최근 중국으 겨냥해 “중국의 생산 과잉이 국제 가격과 생산 질서를 왜곡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노동자와 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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