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이 무효”…규제 풀어도 공사비가 건설업 발목 잡는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4.03 15:14

2월 건설공사비지수 전년비 2.5% 상승...3년 전비 24%↑

‘공사비 상승→착공지연→공급불가→집값 상승’ 악순환

특히 민간공사 공사비 급등 해결 안돼…국토부 “조정위 개정 중”

서울 주택

▲서울 재개발 건설공사 현장.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바보야, 문제는 공사비 급등이야."




정부가 건설업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각종 규제 완화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건설업계의 가장 큰 현안인 공사비 급등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전형적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원자잿값·임금상승 하방경직 없어 공사비 급등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부동산 경기를 살리겠다며 재건축 규제 완화를 위해 사업성을 향상시키겠다며 용적률 상향 및 인허가 지연 최소화, 공공공사 적정공사비 반영 등의 대책을 쏟아냈지만 정작 건설업계의 반응은 썰렁하다.



실제 종합건설업체 A사 대표는 최근 에너지경제 기자와 만나 “현재 건설업계의 가장 큰 어려움은 규제보다는 공사비 상승 이슈"라며 “10여년 전 금융위기 때만 해도 공사비가 낮아 규제 완화 등 정책적 지원 만으로 어느 정도 도움이 됐지만, 지금은 공사비를 잡지 못하면 건설업계 전체가 고사할 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만큼 공사비 급등은 심각하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지난달 말 발표한 2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54.81로 전월 대비 0.19% 상승했고, 전년 동월대비와 비교하면 2.53% 올랐다. 124.84(2021년 2월)였던 3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24% 증가한 수치다. 공사비가 오르다 보니 남는 게 없는 건설사는 입찰에도 참여하지 않아 수주액이 크게 줄어들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국내 건설수주액은 전년동월 대비 49% 줄었다. 공공은 21% 줄었고, 민간은 무려 51.7%나 감소했다.




공사비 급등 원인에는 원자잿값 급등에 의한 건자재 가격과 임금 상승이 꼽히고 있다. 철근은 착공이 줄어들다 보니 수요 부족으로 가격이 그나마 떨어졌지만, 시멘트는 제조원가 30%를 차지하는 전기요금이 오름에 따라 가격이 내려가지 않고 있다. 레미콘도 올해 2월 기준 수도권 지역 공급 가격이 5.6% 인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금 상승도 문제가 되고 있다. 건협에 따르면 2021년 5월 기준 일반공사 임금은 평균 22만3499원에서 지난해 9월 25만8359원으로 15.5% 늘어났다.


주택건설업 B대표는 “공사비는 하방경직성이 없어 늘 우상향인데, 정부가 높아지는 분양가를 걱정하며 제대로 보전을 안 해주니 차라리 아무 것도 안 하는게 살아 남는 길"이라며 “미분양 우려가 크다 보니 분양가를 올릴 수도 없다. 그러다 보면 주택 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나중에 집값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 민간공사비 갈등 심화…조정위 개정안 곧 발의

정부도 공사비 현실화에 나서고 있다지만 공공 공사에 한해서다. 공공공사는 직접공사비를 현실에 맞게 세분화하고 산업안전보건관리비 반영 요율도 상향했으며, 물가 상승분을 최대한 담아 공사비를 책정토록 했다. 또 LH 등이 관리하는 민간참여 공공주택은 전년 대비 약 15% 정도 공사비를 상향했다.


문제는 민간공사다. 건설분쟁 조정위원회가 있다지만 별다른 성과 사례도 없고 전문성도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실제 최근 대우건설만 하더라도 서울 성동구 행당7구역 재건축 공사를 중단할 상황에 놓여 있다. 공사비 상승으로 증액을 요구했지만 조합 측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 사업장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사비 검증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곳이다. 정부의 중재가 의미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4월 위기설을 일축하고 있지만 시공능력평가 50위 밑으로는 이미 많이 물려있어 정부의 대책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그나마 최근 나온 대책으로 인해 향후 사업할 건설사는 좋아지겠지만 이미 물려있는 업체들에겐 금리인하, 규제(제로에너지, 층간소음 등) 유예, 신속한 공사비 갈등조정 등 좀 더 구체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놨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공사 분쟁을 조정하는 '건설분쟁조정위원회' 전문성을 높이고 신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개정안 법안을 상반기 내에 발의할 예정"이라며 “건설분쟁조정위가 개정되면 좀 더 체계적인 공사비 갈등 해결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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