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전자 진입에 개인 누적 순매도 3조
투자자예탁금 1년10개월 만에 최대치
“차익실현은 했는데”…투자처 고민 늘어
소매·유통 업종 또는 IPO 청약 몰릴 듯
삼성전자가 8만전자에 안착한 가운데 개미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8만전자 진입과 동시에 삼성전자를 순매도하면서 차익실현에 나섰지만 다음 투자처를 찾지 못해서다. 이에 증시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1년10개월 만에 최대 규모로 늘어났다.
삼전 순매도 여파…투자자예탁금 60조원 육박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9조629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2년 6월 60조원을 돌파한 이후 1년10개월여 만에 최대치이자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29일 56조5229억원이던 예탁금 규모는 하루 만에 3조1069억원(5.5%)이 급증했다.
투자자예탁금이 단숨에 3조원 넘게 늘어난 데는 개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순매도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발 반도체 훈풍에 올해 실적 상승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지난달 말부터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한 달 새 12.7% 상승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삼성전자가 장중 8만100원에 거래되는 등 '꿈의 8만전자'에 진입하자마자 개인은 삼성전자를 6419억원어치 순매도해 차익실현에 나섰다. 삼성전자 주가가 8만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2021년 12월28일 이후 2년3개월 만이다.
이에 개인은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2일까지 6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렬을 이어갔다. 개인의 삼성전자 6거래일 누적 순매도 규모는 약 2조9900억원에 달한다. 일주일 동안 3조원 가까이 팔아치운 셈이다. 특히 삼성전자 주가가 52주 최고가인 8만5000원을 기록한 지난 2일 개인은 삼성전자를 하루 동안 9343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다음 투자처 어디…유통업종·공모주 주목
개인들은 삼성전자 순매도로 자금을 확보했지만 다음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할지 망설이는 분위기다. 투자처 후보로는 기업공개(IPO) 시장 또는 약세를 지속해온 업종 등이 언급된다.
우선 통상 투자자예탁금은 대어급 공모주가 등장할 때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기 때문에 기업공개(IPO) 시장으로 자금이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흥행 기대감이 가장 높은 종목은 올 상반기 IPO 최대어로 불리는 HD현대마린솔루션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희망 공모가 범위가 7만3300~8만3400원으로 공모가 상단 기준 시가총액이 3조7071억원으로 올해 최대 규모의 IPO가 될 전망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오는 25~26일 일반청약을 앞두고 있다. 이밖에도 이달 중 청약을 진행하는 제일엠앤에스, 민테크 등도 기대주로 꼽힌다.
국내 증시에서는 반도체 업종의 조정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동안 약세를 보였던 소매·유통 등 경기민감주의 주가 상승을 전망하는 시각도 나온다.
신희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 초 증시 상승을 견인하던 AI 반도체와 밸류업 정책 모멘텀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며 “오는 10일 치러질 총선을 앞두고 밸류업 모멘텀은 이미 소진됐고 단기 조정이 진행되고 있으며 반도체 섹터는 상승을 견인하던 SK하이닉스 등 주도 기업의 강세가 주춤해지고 있어 AI반도체 모멘텀 역시 후반부에 다가왔다는 시그널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역으로 기관 수급이 빈집 상태인 종목을 유망 투자 후보로 선별할 수 있다"며 “견조한 실적 컨센서스와 달리 시장 대비 부진한 수익률과 기관 순매도가 높았던 소매·유통 섹터가 순환매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