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훈풍’ 삼성전자, 아우들에 발목 잡힌 LG전자…1Q 영업익 희비 갈렸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4.05 16:00

삼성전자 영업익 6조6000억원…전년 동기비 931%↑

글로벌 메모리 가격 상승세, 당분간 삼성전자 호실적

MX사업부, AI폰 덕 수익성↑…VD·DA도 흑전 예상

LG전자 영업익 11%↓…“컨센 1조2000억 대비 선방”

삼성 LG

▲삼성전자 본사 앞 로고 박스와 LG그룹 본사 전경. 사진=박규빈 기자

올해 1분기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훈풍을 타고 호실적을 거둔 가운데 LG전자는 연결 회사들의 실적이 부진해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 매출 71조원, 영업이익은 6조6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각각 11.37%, 931.25% 늘었다.


분기 매출이 70조원대로 돌아온 것은 2022년 4분기 70조4646억원 이후 5개 분기 만이다. 당초 시장과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영업이익이 4조원대 중후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를 20% 이상 상회해 삼성전자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여준 셈이다.


잠정 공시인 만큼 삼성전자는 각 사업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이 같은 호실적이 메모리 감산 효과에 따른 가격 상승 등의 흐름이 이어짐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사업 담당 디바이스 솔루션(DS)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7000억∼1조원 규모일 것이라는 게 증권가 중론이다. 이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2700억원 이후 5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D램과 낸드 감산에 따라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 판매에 역량을 집중한 결과 메모리 사업이 DS 부문의 흑자 전환을 가능케 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4분기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컨퍼런스 콜을 통해 “생성형 인공지능(AI) 관련 고대역폭 메모리(HBM) 서버와 SSD 수요에 적극 대응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수익성 중심 메모리 사업 전략 유지와 지난해 4분기 전략적 출하에 따른 낸드의 저가 기저로 인한 1분기 가격 반등 폭이 예상보다 높다“며 "재고 평가 손실 충당금 환입 효과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1분기 D램과 낸드 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은 각각 -14.8%, -3.0%로 계절적 비수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산업 수급 개선 덕에 D램·낸드 평균 판매 단가(ASP)는 전 분기보다 각각 16.3%, 21.0% 올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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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DS 사업부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나머지 사업 부문들도 좋은 성적표를 거뒀다.


영업이익과 관련, SK증권은 모바일 익스피리언스(MX)·네트워크와 디스플레이(SDC)는 각각 3조7000억원, 3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유진투자증권은 SDC 3000억원, MX·네트워크 3조8000억원, 영상디스플레이(VD)·소비자 가전(CE) 3000억원, 하만 1000억원을 예상했다. 현대차증권은 SDC 3500억원, MX·네트워크 3조9000억원, VD·가전 3800억원을 제시했다.


MX 사업부는 AI 탑재 갤럭시 S24 판매 호조세 등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에 따라 모바일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작년 4분기 영업손실 500억원을 기록한 바 있는 VD·DA 2개 사업부는 프리미엄 TV와 고부가 가전 판매량 확대로 흑자 전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세는 글로벌 메모리 가격 상승세에 힘입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직전 분기 대비 최대 20% 상승한 1분기 D램 ASP는 2분기에는 3∼8% 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23∼28% 오른 낸드도 2분기에는 13∼18% 가량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생성형 AI 서비스 확대에 힘입어 그래픽 처리 장치(GPU)와 신경망 처리 장치(NPU) 출하량이 급증에 따라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증가도 실적 개선에 한 몫 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시장이 2026년까지 고속 성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D램 칩을 12단까지 쌓은 HBM3E를 올해 상반기 중 업계 최초로 양산하고, 올해 HBM 출하량도 작년 대비 최대 2.9배 증대한다는 계획이다.


수주량이 늘어난 파운드리 분야도 수율 개선에 따라 올해 4분기에는 흑자를 낼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작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파운드리 사업은 하반기 HBM 공급과 범용 제품의 수요 증가에 따라 실적 성장세가 예상보다 가파를 것"이라고 평했다.


2분기 삼성전자 전사 컨센서스는 매출 72조4469억원, 영업이익 7조3634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각각 20.73%, 1001.48%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수치다.


LG전자 옥외 광고

▲LG전자 올레드 TV 옥외 광고. 사진=LG전자 제공

LG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3% 늘어난 21조959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반면 영업이익은 1조3329억원으로 11% 감소했다.


증권가는 자회사와 관계사의 지지부진한 실적이 LG전자 영업이익을 갉아먹었다고 보고 있다. 카메라 모듈 주 고객사인 애플에 악재가 겹쳐 LG이노텍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144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 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1분기와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손실 컨센서스는 각각 6877억원, 5016억원으로 상반기에만 1조1983억원으로 추산된다. 올레드 TV 패널 사업의 실적 회복 속도가 느려서다.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 지분 37.9%를 보유하고 있어 지분법 손익에 따라 지분율만큼 손익에 반영한다.


이처럼 영업이익이 줄어든 데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그 자체로는 사실이 맞지만 시장 상황을 함께 고려해달라"며 “1조2000억원대로 예상했던 컨센서스보다는 소폭 상회했다"고 답변했다. 이어 “자원 투입·원자재 및 물류비 안정화·글로벌 생산지 운영 체계의 유연성 확보 노력 등도 안정적인 수익성에 기여했다"고 부연했다.


생활 가전(H&A)사업본부 실적은 올해 1분기 출시한 의류 관리기 '올 뉴 스타일러', 올인원 세탁건조기 '워시콤보', 일체형과 대용량의 장점을 두루 갖춘 세탁·건조기 '워시 타워' 등 프리미엄 신제품이 시장 호응을 얻으며 성장을 견인했다.


전장(VS)사업본부 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 90조원대 중반이었다. 올 상반기에는 100조원을 넘겨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추세다. 이 중 비중이 가장 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사업은 올해 차별화 제품을 확대하는 동시에 소프트웨어 역량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해 흑자 전환한 전장 자회사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은 유럽·아시아 시장 수주 확대를 통해 성장을 본격 가속화한다. 차량용 램프 자회사 ZKW는 차세대 제품 역량 확보와 사업 구조 효율화를 병행 추진한다.


HE사업본부 성장 지속은 웹OS 콘텐츠·서비스 사업에 기인한다. LG전자는 글로벌 1위 올레드 TV와 QNED TV를 앞세워 투 트랙 전략을 본격 전개한다. 웹OS 플랫폼 사업은 올해 조 단위 매출을 내는 사업으로 키운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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