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패키주 중심” PIE 밸류 산정 방식과 상이
-PIE, 5차례나 밸류 변경 거쳐… 고무줄 밸류에이션
-금투업계 “금감원 스팩 고평가 사례와 사실상 일치”
“저희는 궁극적으로 소프트웨어를 패키지화해서 파는 게 목표이기에 배터리는 그냥 거점이다" 최정일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지난 3일 이차전지 인공지능(AI) 비전 검사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피아이이는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피아이이의 성장 가능성과 상장 후 계획에 대해 밝혔다. 최 대표는 그 자리에서 PIE의 미래 비전을 설명하고, 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배터리는 캐시카우다"면서 “이것으로(배터리로) 승부를 보려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패키징을 통해 글로벌적으로 판매하는 게 목적이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배터리만 했으면 장비도 했다"면서 “매출이 10배 이상 올라가는 장비를 굳이 하지 않으려는 것은 배터리를 베이스로 디벨롭을 해 확장하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최 대표의 계획과 비전은 PIE가 하나금융25호와 스팩합병을 하기 위해 공시한 증권신고서의 내용과 상이하다. PIE의 기업가치에는 대부분 2차 전지 시장의 성장 스토리가 녹아져 있기 때문이다.
PIE는 2차 전지 제조업체의 생산용량(Capacity)과 글로벌 배터리 제조장비 시장 규모를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했다. 2025년까지는 2차 전지 제조업체들은 연평균 38.9%를, 그 이후 2027년까지는 글로벌 제조장비 업체의 시장 규모 성장률인 27.1%를 바탕으로 글로벌 머신비전 시장과 스마트팩토리 시장을 가중평균했다.
머신비전 시장이나 스마트팩토리 시장의 성장률은 당연히 2차 전지 시장의 성장보다 열세이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머신비전 시장은 10년 평균 18.1%, 글로벌 스마트팩토리 시장은 10년 평균 9.8% 성장할 전망이다. 머신비전 시장의 성장률에 2차 전지의 성장률을 섞으니 당연히 기업가치는 크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성장률을 바탕으로 한 기업가치 산정은 영구현금흐름까지 영향을 미쳤다. 영구현금흐름이란 말 그대로 현금흐름할인 대상 기간을 넘어선 몇 십 년의 미래 가치를 평가하는 구간이다. 다만, “배터리는 거점일 뿐"이라는 대표가 해당 기간에 배터리 산업을 영위할지 의문이다. 게다가 영구현금흐름의 현재가치는 2059억원으로 손익을 기준으로 산정한 PIE 수익가치 기준 기업가치인 2632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최 대표는 PIE가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PIE의 기업가치는 제조장비의 시장성장을 바탕으로 산출했다. 그는 “배터리만 했으면 장비를 했다"면서 “하지만 장비 산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DCF 기준 밸류 산정의 부작용
그간 PIE의 기업가치 산정방식은 많은 도전을 받았다. PIE는 기업가치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최초 4888억원이던 기업가치는 2703억원까지 쪼그라 들었다. 하지만 기업가치 처음 산정 방식은 그대로였다. 기업가치가 4888억원이던 시절에도 2차 전지 제조업체 캐파 및 글로벌 배터리 제조장비 시장을 기초로 접근했다. 하지만 PIE는 제조업체도 아니고, 배터리는 거점일 뿐인 회사다.
그러다 보니 DCF를 위한 모델링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처음부터 PIE를 설명할 수 있는 시장을 잘못 선택했다는 것.
현재가치할인법(이하 DCF)은 절대적 가치 평가라고 불리지만, 역설적이게도 자의적이다. 밸류에이션을 오랫동안 담당한 한 회계사는 “용역 위주의 회계사는 DCF란 그림을 그리는 직업"이라는 자조 섞인 말을 하기도 했다.
DCF는 회사의 성장 모델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하는데 회사의 미래 계획과 상이하더라도 DCF 담당자가 회사의 자료를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할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하다. 그러다 보니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DCF란 도구는 공평하지만, 이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자의적일 경우 기업가치의 상당한 왜곡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방식에 대해 금감원은 경고음을 울린 상태다. 금감원은 201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상장한 139개 스팩상장 기업을 분석했는데 평균 영업이익 추정치는 실제치의 58.7% 미달했다고 평가했다. 피아이이도 금감원의 분석에서 자유롭긴 어렵다. 지난해 세후영업이익은 예상 세후영업이익에서 60% 이상 미달하며 금감원이 분석한 수준의 고평가가 지난해 합병 과정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PIE는 DCF 방식으로 179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했으나, 실제는 67.8억원에 그쳤다.
금감원은 “스폰서(증권사 등)와 외부평가법인(회계법인)은 기업가치 고평가를 방지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나, 합병성공 및 업무수임을 우선하는 등 그간 자신의 이익을 위해 투자자보호 노력이 상당히 미흡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