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책무구조도 도입 ‘만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4.11 16:09

금융당국과 소통, 회계법인·로펌 자문
책무구조도 설계 추진

국민은행, 지역그룹 내부통제팀 신설
금융사고 예방 강화

시스템 및 제도 강화로는 한계
“자정작용·경각심 가져야”

4대 금융지주.

▲사진 왼쪽부터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사진=각 사)

최근 은행권에 배임 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시중은행이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되는 책무구조도 도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미 책무구조도 도입 준비를 마치고, 올해 안에 전산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다른 은행권도 컨설팅 업체, 로펌의 자문을 받아 책무구조도와 책무명세서를 작성 중이다. 은행권에서는 내부통제 강화나 책무구조도 도입 등 제도뿐만 아니라 업계 종사자들 스스로 사고 방지를 위해 경각심을 갖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7월 3일부터 시행되는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임원 개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내부통제 대상 업무의 범위와 내용을 금융회사 스스로 각자의 특성을 고려해 사전에 정하도록 하는 제도를 뜻한다. 현행 지배구조법은 금융회사에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책무구조도는 지배구조법에서 더 나아간 것으로,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와 함께 내부통제가 적절히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하는 의무까지 부여했다. 금융회사는 임원의 직책별로 책무와 책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기술한 문서인 '책무기술서'와 임원의 직책별 책무를 도식화한 문서인 '책무체계도'를 작성해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4대 금융지주(신한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산하 시중은행은 금융당국과 소통을 통해 책무구조도 작성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우선 신한은행의 경우 이미 2022년 말부터 책무구조도 도입 준비에 착수했으며, 지난해 관련 작업을 모두 완료했다. 이 회사는 올해 전산시스템을 갖춘 후 감독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할 예정이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취임 직후 내부통제 중요성과 책무구조도 도입 준비를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신한투자증권, 신한카드, 신한라이프도 작년 하반기부터 책무구조도 준비에 착수했으며 그룹 차원에서도 올해 안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할 계획이다. 신한금융은 영국의 책임지도 모델을 벤치마킹했으며 딜로이트안진과 컨설팅 협업을 진행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1월부터 회계법인과 전 본부부서가 참여하는 '내부통제 제도 개선 TFT'를 꾸리고, 책무구조도 작성 및 관리방안 마련, 이행 점검을 위한 시스템 설계 등을 추진 중이다. 국민은행은 금융위원회 주관 책무구조도 설명회에 참석하고, 지배구조법 하위규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 책무체계도, 임원별 책무기술서의 구체적인 안을 수립 중이다. 이와 함께 금융사고 예방 강화를 위한 '지역그룹 내부통제팀'을 신설하는 등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각종 제도도 신설했다. 지역그룹 내부통제팀이란 부점장 및 팀장급 2인 1조를 각 지역그룹으로 파견해 영업 현장의 내부통제 취약부문을 점검하고, 교육을 실시해 금융 사고를 예방하는 제도를 뜻한다.


우리은행은 작년 9월부터 컨설팅 업체, 로펌의 자문을 받아 책무구조도 작성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책무를 누락, 중복 없이 임원에게 배분하도록 책무구조도, 책무명세서를 작성했으며, 임원이 상당한 주의를 다해 관리의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관리조치기술서'를 마련 중이다. 현재 관리를 위한 전산시스템 개발을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은 준법감시인 등 법령에서 요구하는 임원별 자격 검증 외에도 분야별로 전문성, 업무경험 등을 갖춘 임원이 선임되도록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경영진 후보 육성, 경영진 교육 실시 내용 등이 책무구조도에 반영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지주

▲금융지주 및 은행별 책무구조도 준비 현황.

하나은행은 지난해 12월부터 '책무구조도 등 지배구조법 개정 대응을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와 별도로 그룹 내 자체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임원별 소관 책무에 관한 내부통제 관리 조치 이행 강화에 중점을 두고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국민은행 일부 지점에서 대출신청인의 소득이 과다 산정되는 등 업무상 배임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금융사고 방지, 내부통제 강화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특히나 일부 직원들의 일탈 행위는 회사에서 하나하나 감시하고 통제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금융권 전반적으로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자정작용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개인의 일탈로 인한 사고들이 자주 발생하면 이것이 곧 회사 시스템이나 내부통제 부실 등으로 책임소재가 확대될 수 있다"며 “금융권 전반적으로 내부통제뿐만 아니라 직원들 스스로 경각심을 갖고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추가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이드에 맞춰 내부통제 기준을 강화하고, 은행 자체적으로도 금융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각종 제도들을 도입해 운영 중"이라며 “개인의 도덕성, 윤리를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도입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금융사고 관련 금융회사들의 긴장도는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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