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엔화보다 더오른 韓원화…2% 급등한 원/달러 환율, 1400원선도 넘볼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4.13 09:24
원/달러 환율, 11.3원 오른 1,375.4원 마감

▲12일 원/달러 환율은 11.3원 오른 1375.4원에 마감했다(사진=연합)

달러 대비 한국 원화 환율이 이달 들어 주요 통화중 가장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원화 약세). 역대급 엔저를 보이고 있는 엔화 환율보다도 상승폭이 더 큰 상황이다.




1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55분 기준 달러 대비 주요 31개국 통화 가치의 변화를 의미하는 스팟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원화 가치는 지난달 29일 대비 2.04% 떨어져 하락률이 가장 높았다.


이는 러시아 루블(-1.69%), 이스라엘 셰켈(-1.54%), 브라질 헤알(-1.54%)보다 높은 하락률이다.



역대급 엔저를 보이는 달러 대비 일본 엔화 환율은 이달에만 1.26% 상승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전날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3.29엔에 마감했다. 엔화 환율이 153엔대로 치솟은 건 약 34년만으로 당국은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장 대비 11.3원 오른 1375.4원을 기록, 17개월 만에 최고치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말 종가(1288.0원) 대비 6.78% 오른 것이고, 지난달 말 종가(1347.2원) 대비로도 2.09% 상승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1375원 선을 넘긴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7∼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2009년, 미국 기준금리 인상 본격화에 따른 달러화 강세로 '킹달러' 현상이 나타났던 2022년 정도에 불과하다.


이처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고공행진하는 이유는 미국 고금리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3월 비농업 일자리가 시장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은 데 이어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5%를 기록해 3회 연속 시장 전망치를 웃돈 것으로 최근 발표됐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당초 기대했던 6월 대신 7월이나 9월에 첫 기준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전망을 수정하고 있으며, 연내 금리 인하 횟수에 대한 기대도 0.25%포인트씩 3차례에서 1∼2차례로 줄어드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유로화·엔화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105.6을 찍으며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가 특히 절하 압력을 받으면서 이들과 동조화 흐름을 보이는 원화가 약세라는 지적도 나온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 상승과 달러화 표시 부채에 대한 상환 부담 증가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게다가 원/달러 환율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0%로 10회 연속 동결했던 전날 하루에만 0.8%가량 올랐다.


블룸버그는 위험자산 기피 등에 따른 한국 증시 약세와 한국은행의 비둘기파적 입장이 전날 환율 상승의 배경이라고 해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과거보다 환율 상승에 따른 시장 불안이 크지 않은 이유를 묻는 말에 “단순히 원화만 절하된 것이 아니라 글로벌 달러 강세의 영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와 달리 국민연금·서학개미 등의 해외 투자자산이 늘어 기본적으로 환율 변동으로 경제 위기가 오는 구조가 아닌 것도 있다"면서도 환율 변동성이 과도할 경우 시장 안정화 조치를 통해 환율을 안정시킬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은행은 기술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388원에 접근할 수 있으며 오버슈팅할 경우 1400원으로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이어 현 환율 수준도 이미 높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1400원을 터치하더라도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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