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부수업무 지정
타행도 ‘알뜰폰 사업’ 진출 길 열려
중소 알뜰폰 업계와 상생
“요금 올리겠다” 선언
우리銀, 상반기 알뜰폰 통신 사업자 선정
하반기 조직 확대, 슈퍼앱 결합 시너지 창출
KB국민은행의 이동통신서비스인 KB Liiv M(KB리브엠·KB리브모바일)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정식 부수업무로 인정받으면서 우리은행도 알뜰폰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우리은행은 알뜰폰 사업을 통해 금융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연말에 선보일 슈퍼앱 '뉴 우리WON뱅킹'과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홈페이지에 알뜰폰 사업 통신 사업자 제안 공고를 냈다. 알뜰폰 사업과 관련해 통신사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작업이다. 이달 22일까지 제안서를 접수받은 후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최고 점수 획득 업체를 우선협상업체로 선정한다. 사업기간은 계약일로부터 18개월이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중 통신사를 선정해 금융, 통신의 결합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하반기 중 조직을 확대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연말에 새롭게 출시할 우리은행 슈퍼앱 '뉴 우리WON뱅킹'과 시너지를 창출해 2030세대 고객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는 것은 최근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정식 부수업무로 지정된 것과 무관치 않다. 금융권에서 비금융사업이 정식 부수업무로 인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 인해 다른 은행권은 별도의 허가나 신고를 받지 않고도 알뜰폰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이 금융위로부터 부수업무로 지정받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국민은행의 리브모바일은 2019년 4월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 1호로 지정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알뜰폰 사업을 개시했다. 그러나 중소 알뜰폰 업체를 중심으로 은행이 막강한 자본력을 업고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벌이면서 중소 유통 업체들이 고사 위기에 몰렸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러한 비판 속에도 국민은행의 리브모바일은 24시간 365일 고객 센터 운영, 멤버십 혜택, 친구 결합 할인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 결과 국민은행 리브모바일은 42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하며 알뜰폰 이미지 제고, 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국민은행은 금융당국에 리브모바일을 은행 부수업무로 신고하면서 요금제를 망 도매대가 대비 90% 이상 수준에서 책정하겠다고 보고했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요금제가 통상 망 도매대가의 80% 이하인데, 이보다 높은 요금제를 내놓겠다는 게 국민은행의 방침이다. 이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중소 사업자들과 상생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민은행은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해당 요금제를 적용할 방침이다. 기존 고객들의 요금제는 변동이 없다.
국민은행의 요금제는 우리은행 등 알뜰폰 사업을 준비 중인 다른 은행에도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후발주자인 다른 은행들은 요금제를 국민은행과 유사한 수준으로 책정하면서도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진출로 알뜰폰에 대한 젊은층의 인식도 과거와 달라졌다"며 “국민은행 고객 입장에서도 다른 은행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서비스를 접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부수업무 지정을 계기로 통신데이터와 금융데이터를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국민은행의 구상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알뜰폰 사업이 안정 궤도에 오른 만큼 신규 서비스 개발이나 요금제 출시도 활발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알뜰폰 시장이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신규로 진출하려는 은행은 국민은행과는 다른 형태의 새로운 서비스를 내놔야 하는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이미 국민은행이 가격을 올리고, 중소 알뜰폰 업계와 상생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이러한 정책이 다른 은행권에도 가이드라인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