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금 쌓이고 카드 쓰고…건설사들 자금난 백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4.25 14:46

건설업계, 미수금 쌓이면서 재무부담 확대

전문가 “미수금 증가, 흑자부도 양상 초래할 수 있어”

기업 구매전용카드 통해 외상으로 자금조달하는 건설사 늘어

건설업계의 자금 상황의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건설업계의 자금 상황의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픽사베이

건설업계의 자금 상황의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경색 등으로 우발채무 위험이 커진 가운데 미수금 문제까지 겹치면서 재무부담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자금 융통의 어려움을 겪자 대형 건설사들 중에서도 기업 구매전용카드를 활용해 외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건설사들의 공사비 미수금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수금은 건설사의 재무상태를 알려주는 주요 지표 중 하나로 발주처에 공사비를 청구했으나 받지 못한 금액을 말한다.


지난해 GS건설의 공사비 미수금은 2조8033억원으로 전년 대비 3067억원 늘었다. 지난해 8월 준공된 브라이튼(5421억원), 같은해 2월 말 공사가 완료 흑석자이(246억원) 등 현장에서 미수금이 발생했다. 공사대금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총차입금은 5조2481억원으로 4조3855억이었던 전년 대비 8600억원 가량 늘었다.


현대건설의 지난해 공사미수금은 3조3232억원으로 전년보다 67%가 증가했다. 힐스테이트 환호공원 (956억원),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장(696억원), 송도랜드마크시티 A16블록(619억원), 14블록(295억원) 등에서 미수금이 발생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착공에 들어간 현장이 늘어나 공사미수금이 증가했다"면서도 “공정률이 진행됨에 따라 미수금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미수금이 늘었다. 지난해 공사미수금은 7217억원으로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작년 연말에 대형 사업지들의 준공시점이 밀리고 연말로 몰리면서 미수금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 사업지의 미수금은 대부분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중견 건설사들은 공사비 미수 비율이 더 크게 늘었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공사미수금이 13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62억원과 비교해 121%(75억원) 가량 증가한 것이다. 동부건설은 공사미수금이 지난해 1190억원으로 전년도 620억원에 비해 두배 가량 늘었다. 한신공영은 공사미수금이 같은 기간 1149억원에서 1711억원으로 1년 새 49% 증가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수금 증가는 흑자부도의 양상을 초래할 수도 있어 위험요인으로 평가받는다"며 “건설사가 선지출한 비용이 미수금으로 장기간 남았을 때 이를 자체적으로 감당할 여력이 없는 취약한 건설사일수록 유동성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향후 공사미수금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직접적인 원인인 미분양 물량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4874가구로 전월(6만3755가구) 대비 1.8% 증가했다. 3개월 연속 미분양 물량 증가다. 게다가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1만1867가구로 전월보다 4.4% 증가했다. 여기서 지방 준공 후 미분양은 9115가구에서 9582가구로 5.1%(467가구) 증가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 아파트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공사미수금도 더욱 증가해 건설사들의 재무부담 악화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건설사들의 재무상태의 빨간불이 켜지면서 기업 구매전용카드를 활용해 외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구매전용카드는 사업비 명목으로 물품을 구매하거나 통신비 지출에 쓰이는데 이는 카드사의 매출채권으로 잡힌다. 따라서 건설사는 외상으로 물품을 구매하고 결제 만기까지 여윳돈을 보전할 수 있어 당장 현금 지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 회계상 미지급금으로 산정돼 부채비율 등 재무지표가 악화할 염려가 없다.


현대건설은 최근 신한카드와 구매전용카드 이용 특약을 체결한 뒤 이달 8일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 1700억원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 1000억원을 발행했다. 롯데건설 또한 계열 카드사인 롯데카드와 구매전용카드 약정을 체결한 뒤 이달 11일 유동화증권 8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업 구매전용카드를 활용하는 건설사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외부 자금 조달이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이 늘어났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주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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