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5월 위기설, 금융정책운용 ‘회복’ 집중할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4.28 11:29

에너지경제 송재석 금융부장

금융부장

격동의 4월이 끝나간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기초체력을 확인하는 동시에 시장 참여자들의 걷히지 않는 불안이 더욱 선명해지는 4월이었다. 중동 리스크, 사그라든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 등으로 1400원선을 심심치 않게 넘나들던 원달러 환율은 비교적 빠르게 안정을 찾았고, 코스피도 2600선을 지키고 있다.




“옛날처럼 환율 변화에 따라서 경제 위기가 오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 선진국형 외환시장 구조가 자리 잡았다"고 자신했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최근 발언은 한층 레벨이 올라간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모습을 방증한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1.3% 증가하며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분기성장률을 기록한 점도 고무적이다. 4·10 총선 패배로 가라앉아있던 정부 입장에서는 경제성장률에 한껏 들뜬 분위기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 외끌이가 아닌 민간 주도 성장, 수출과 내수반등이 골고루 기여한 균형 잡힌 회복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교과서적인 성장경로로의 복귀"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GDP 성장률과 실제 국민들이 느끼는 경기의 체감도는 일정 부분 괴리가 있어 보인다. 고금리, 고물가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부담감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발표 직후 나온 미국의 경제지표(GDP 증가율 1.6%)는 고물가 속 경기 침체라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더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더욱 멀어졌다.


시장 참여자 입장에서 보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 등 우리 금융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추진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야당이 반대할 사안이 아니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밸류업의 핵심인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소각 시 법인세 감면 등의 세제 개편안을 두고 야당이 이를 반대하면, 이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야당 몫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회적인 압박으로 들린다.




그러나 밸류업 프로그램의 동력 상실은 애당초 당국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금융당국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처음 발표한 시기는 올해 2월이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나 세제 혜택 등이 전무했고, 가이드라인 확정은 총선 이후로 미뤘다. 작은 대외 변수라도 쉽게 출렁이는 우리나라 금융시장 특성을 고려하면, 당국의 대처는 안일했고 미흡했으며 시간 끌기에 지나지 않았다.


고금리,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점철된 부동산PF 부실은 이제 금융사들의 '건전성 악화'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나 최근 환율 급등세는 원자잿값 상승,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살얼음판인 PF시장을 어렵게 만들 것이 자명하다.




이미 상당수의 금융사들은 당국의 요구대로 충당금 적립, 옥석가리기 등을 병행하고 있다. 향후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 이러한 PF 위기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부동산 PF의 구조적 개선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부동산 침체기 그리고 금리인상기마다 우리는 동일한 리스크를 목도할 것이다. 작금의 위기는 자본력이 약한 시행사가 차입을 과도하게 일으켜 개발을 추진하고, 건설사와 금융권이 신용보증을 제공하는 등 국내 PF 사업의 취약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는 곧 금리인하와 부동산 경기 회복만을 기다리며 금융사에 충당금 적립 등을 거듭 주문하는 것으로는 위기의 고리를 끊는데 역부족이라는 걸 의미한다.


금융당국,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는 긴밀하게 협업해 경제위기의 뇌관으로 부상할 수 있는 약한 고리들을 끊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유동성 경색을 대비한 과감한 정책금융지원을 가동하는 점도 고려해봄직 하다. 정부가 5월 중 발표하는 PF정상화 방안에는, 시장 참여자로부터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다른 차원의 '넥스트'가 제시돼야 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방향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 5월은 경제회복 불씨를 살릴 골든 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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