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4월과 상황 달라졌다”…금리인하 전면 재검토 시사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5.03 14:35
간담회 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현지시간) 오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 참석차 방문한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국내 기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하 시점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시사했다.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이 지연된 데다 국내에서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치를 웃도는 등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주요 전제가 달라지면서다.




이 총재는 2일(현지시간) 오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 참석차 방문한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국내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4월 통방(통화정책방향 회의)이 5월 통방의 근거가 되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금융통화위원회 통방 회의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원점이라고 표현하기는 그렇지만, 금통위원이 새로 바뀌었고 4월까지 했던 논의를 다시 점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과 달라진 조건으로 ▲ 미국 금리 인하 지연 ▲ 한국 1분기 성장률 ▲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유가와 환율 변동성 확대 등 3가지를 언급했다.


그는 “4월 통방 때만 해도 미국이 하반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제로 통화정책을 수립했는데, 미국 경제 관련 데이터가 좋게 나오면서 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하는 시점이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9월이냐 12월이냐, 올해 몇번이냐는 세세한 부분이고 앞으로 미국 데이터에 따라 변화할 것이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지만 지금 전 세계가 생각하는 것은 견조한 경기와 물가 수준을 볼 때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이 뒤로 미뤄졌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준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현지시간)까지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동결했다.




이 총재는 1분기 GDP 성장률에 대해 “우리(한은) 생각보다 성장률이 굉장히 좋게 나왔다"며 “수출은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내수가 우리 생각보다 강건하게 나왔고 그 차이가 생각보다 컸다"고 말했다.


이어 “어디서 차이가 났는지 검토하고 있다"며 “날씨 문제인지, 휴대전화 판매 효과인지 그 이유를 확인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부연했다.


한은은 지난 2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연간 2.1%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GDP가 전 분기 대비로만 1.3% 성장한 것으로 나오면서, 전망치 상향은 기정사실화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이날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2월 2.2%보다 0.4%포인트(p) 높은 2.6%로 올려잡았다.


이 총재는 “작년 한 해 1.4% 성장했는데, 1분기 만에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한 것"이라며 “(한은) 전망치 상향조정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고 얼마나 상향하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GDP가 높게 나온 것은 분명 좋은 뉴스지만 그것을 전망에 반영해야 하는데, 앞으로 자료를 보고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4월 통방 이후 지정학적 긴장, 특히 중동사태가 악화하면서 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한은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지난달 평균 배럴당 89.4달러로 전월(84.7달러)보다 6.5원(5.5%)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 지난달 16일 장중 약 17개월 만에 1400원까지 뛰었다. 이후 다소 진정됐지만, 여전히 1370∼1380원대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원화 가치가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할수록 같은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이 높아지는 만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관리가 제1목표인 한은 입장에서 환율 불안은 통화정책의 주요 고려 사항이다.


이 총재는 “이 세 가지 요인이 우리 통화정책에 주는 함의가 크고, 현재 검토 중"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할 지에 대해서는 지금 상황에서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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