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스팩’… 고평가 논란·금융당국 제재에 합병 취소 줄이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5.07 15:31

연초 이후 합병 취소 공시 5건…전년대비 2배 이상

실적 뻥튀기에 스팩 주주 반발·거래소도 ‘합병 불허’

‘묻지마’ 스팩 상장 줄어들 것…시장 건전화도 기대

연초 이후 스팩 합병 취소 현황

연초 이후 스팩 합병 취소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 SPAC)의 합병취소 공시가 잇따르고 있다. 기업의 고평가에 따른 주주들의 반발과 더불어 금융당국의 규제가 한층 더 깐깐해진 점이 이유로 꼽힌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연초 이후 지난 3일까지 기업인수목적회사관련합병취소·부인사실발생 공시 건수는 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건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특히 작년 전체 공시 건수는 13건인 만큼, 이같은 속도가 이어질 경우 스팩합병 무산 공시 건수는 지난해 수준을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스팩 합병이 무산된 이유는 기업 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설정되면서 기존 주주 및 금융당국이 합병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25호스팩은 지난 4월 12일 2차전지 비전검사 솔루션 전문기업 피아이이(PIE)와의 합병이 취소됐다고 공시했다. 피아이이와의 합병을 위해 개최됐던 임시주주총회가 의사 정족수 부족으로 합병 안건이 폐기됐기 때문이다. 스팩 투자자들은 피아이이의 실적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며 불만을 제기해온 바 있었고, 주주들이 주총에 불참한 바 있다.


지난 2월 21일 NH스팩20호는 크리에이츠와의 합병이 철회됐다고 밝혔다. NH스팩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면서 이를 고려해 양사 상호합의 하에 합병계약을 해지했다고 스팩측은 설명했다. 크리에이츠 역시도 몸값이 고평가 됐다는 지적을 받아오면서 스팩 주주들이 주식을 매도, 이에 따라 주가는 공모가인 1만원을 밑돈 바 있다.




아울러 NH스팩25호 역시 지난 3월 11일 삼프로티비 운영사인 이브로드캐스팅과의 합병이 취소됐다. 이는 한국거래소 측이 주가가 고평가 됐다는 이유로 상장을 허가하지 않으면서 합병이 이뤄지지 않았다. 한화플러스제2호스팩도 지난 4월 30일 씨엔티테크와의 합병이 취소됐다고 공시했다. 한국거래소의 합병상장예비심사에서 미승인 통보가 접수됐기 때문이다.


스팩 합병은 IPO와 달리 기업대 기업 간 합병으로 기업공개(IPO)보다 쉽고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최근 회사 고평가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최근 감독당국의 규제 강화로 스팩 합병 또한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스팩을 통해 상장한 기업 139개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추정 현황을 분석한 결과 평균 매출액 추정치는 571억원이지만 실제로는 469억원에 불과, 추정치에 비해 17.8%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 추정치도 평균 106억원이었으나 실제로는 44억원에 그쳐 58.7%가 미달했다.


이처럼 스팩 상장 기업들의 실적 전망 '뻥튀기'가 이어지면서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스팩상장 기업에 대해 영업실적 사후정보가 충실히 공시되도록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매출 예측액과 실제액수의 차이 등을 공시토록 한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하려는 기업들이 많아 무산되는 건수도 그만큼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융당국의 깐깐한 심사와 투자자들의 높아진 눈높이 등을 고려할 때 묻지마 스팩 상장은 줄어들 것으로 보여 시장도 한층 건전한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양성모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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