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막판까지 여야 대치…민생법안 무더기 폐기 위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5.07 14:22
국민의힘 빈자리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29일 종료되는 21대 국회 임기 막바지에 여야간 정면 대립으로 각종 민생·경제 법안들이 폐기 위기에 놓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을 단독 강행 처리한 이후 국민의힘이 남은 본회의 개최를 거부하면서 수많은 민생 법안 처리가 어려워진 것이다. 처리가 시급한 민생·경제법안은 고준위방폐물법, 반도체지원법, 예금자보호법 등이다. 이 법안들은 29일까지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폐기된 법안들은 오는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새 국회에서 처리되려면 법안 재발의 및 상임위 심사 등 복잡한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더구나 새 국회의 원 구성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돼 새 국회의 정상가동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됐다. 결국 새 국회에서 해당 법안의 국회 처리를 보장할 수 없는데다 설령 처리한다고 해도 일정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됐다.


□ 폐기 위기에 놓인 21대 국회 주요 법안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가 마지막 임시회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상임위원회에서 계류 중인 민생 법안들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방폐물법)이 대표적이다. 원전을 가동하기 위헤서는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할 고준위방폐장의 건립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원전 확대 입장인 여당은 '원자로 운영 허가 기간의 발생 예측량'으로 하자고 주장한 반면 탈원전 기조인 야당은 '설계 수명 중 발생 예측량'이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맞서면서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이른바 'K칩스법'이라고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도 있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관련 설비투자를 하는 대기업에 15% 공제를 제공하는 법으로 이번 달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내년부터 반도체 기업들의 세금 부담이 두 배로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AI기본법'(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도 마찬가지다. 여야 의원이 골고루 발의에 참여한 AI기본법은 필요최소한의 규제와 함께 AI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적 근거를 담고 있지만, 1년 넘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계류중에 있다.


대형마트 휴무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바꾸고, 새벽배송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국민의힘은 “이마트 등 대형마트와는 협의가 끝났는데 소상공인을 등에 업은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현재 법안으로는 전통시장 상인들과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육아휴직 기간을 현행 1년에서 1년 6개월로 늘리는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과, 풍력 사업 절차를 간소화해 풍력발전 보급을 확대하는 내용의 풍력발전보급촉진특별법도 처리가 불발됐다.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해 8월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 심사 이후 논의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로톡법'이라고 불리는 온라인 법률 플랫폼이 대한변호사협회의 과도한 규제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도 본회의 통과가 시급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상속인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경우 상속권을 상실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은 여전히 계류 중이다.


최근 헌법재판소에서는 유류분 제도에 대해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 패륜적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며 위헌으로 판단했다.


법에 대한 타당한 근거가 마련됐음에도 국회가 논의에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보완 입법이 필요하지만 여야 정치권이 입법 공백 해소를 위한 대안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


헌재는 2019년 4월 낙태죄와 의사 낙태죄 처벌 규정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녹색정의당이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무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해당 법안들이 22대 국회에서 재발의 된다고 해도 21대 국회보다 더욱 전망이 어두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민주당은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해 강경 '친이재명(친명)'계 지도부 구성을 완료했다. 여기에 국회의장 후보마저 너도 나도 친명임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 간 정쟁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윤수현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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