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 부도 80% ‘지역 업체’…지방건설업 고사 위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5.09 14:57

지방 폐업신고 3년 전 대비 61% 증가…수도권 대비 2배
1분기 부도 9곳 중 7곳 지방…모두 전문업, 경기체감도 낮아
미분양 지방 80%…“업계, 시장 자율조정·장기적 산업전환 대비”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 고금리 등에 따라 건설업계가 위기에 처한 가운데, 서울의 대형 건설업체보다는 지역 건설업체가 먼저 쓰러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도급을 주로 하는 전문건설업체가 지방 미분양 및 하도급 대금 지연 등으로 인해 부도·폐업된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다.




◇ 지방 폐업신고, 수도권 대비 두 배 증가

9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수도권 건설업체의 폐업신고 건수 1500건으로, 전년도 1148건에 비해 30.7% 증가했다. 반면 지방 건설업체의 폐업 신고는 2062건으로 전년도 1278건 대비 61.3%나 늘어났다. 수도권보다 지방의 폐업 신고 증가율이 두 배나 높다.


특히 금융결제원이 공시하는 당좌거래정지 건설업체 정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부도업체 9건 중 7건이 지방 업체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3곳)보다 3배 늘었고, 2019년(15곳) 이후로는 최대치로 집계됐다. 현재 수도권보다는 지방이 건설경기 하락 폭이 더 크고 이에 따라 지방 건설업체들의 경영도 더 좋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다.


또 부도 건설사 모두가 전문건설업체였다. 종합건설업보다 전문건설업에서 위기가 더 심하다는 반증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에 따르면 1분기 전문건설업 경기 체감도(BSI)는 2023년 이후 지속적으로 40대에 머물고 있다. BSI는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기반으로 산출되는 수치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전문건설업계 관계자는 “발주물량 감소에 따른 경쟁심화 현상도 있고 중대재해처벌법 등 불리한 제도 환경이 경기 체감도를 더 떨어뜨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게다가 공사비 상승폭은 둔화됐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의 자재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폐업을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미분양 80% 이상이 지방

수도권보다 지방의 아파트 미분양이 훨썬 더 많다는 것도 지역 건설업계를 부도로 내몰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3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방 미분양은 5만2987가구로 전체 미분양 주택 중 81.5%를 차지하고 있다. 분양이 이뤄져야 자금을 회수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하도급 대금마저 연체하면서 지방의 전문건설업체들이 대거 경영난에 처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유보금 명목으로 하도급 대금 일부를 지연하는 경우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기 까지 했다. 유보금은 건설사가 공사 완성이나 하자 보수 의무 이행을 이유로 잡아둔 보증금 성격의 금액을 말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겹쳐 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자 불법 유보금 관행이 전문건설업계 피해를 더 키운 것이다.




이은형 건정연 연구위원은 “지금의 미분양 물량은 주택시장이 호황이었다가 갑작스런 외부요인(미국 기준금리, 중동 리스크 등)으로 꺾이는 시기에 늘어나게 된 것"이라며 “어려운 시기가 지나면 자연스레 미분양 물량은 해소될 것이고, 그 때까지 견디지 못한다면 할인분양으로 해결하게 놔두는 등 시장에서 자율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설업체들의 부도 증가는 건설업의 쇠퇴기에 다른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건설업 폐업신고는 3500여건으로 10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폐업신고도 99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이는 이전 분기인 2023년 4분기 대비 2.8% 증가한 수치다.


김태준 건정연 연구위원은 “폐업이 늘고 있는 것은 건설산업 생애주기 자체가 쇠퇴기로 진압하는 전조현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며 “다만 현재는 그 시기가 너무 빠르다 보니 단기적으로는 업계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쓸 필요가 있고 건설업계도 변화하는 산업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전환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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